"기업이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기업 차원을 넘어 사회 전반의 효율성을 감안해야 한다. 임금피크제 등을 통한 정년 연장 방안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지난 2월10일 한국경제신문 인터뷰)

"(정년 연장에 대한)기업들의 선택 폭을 넓혀줘야 한다. 법제화를 통해 민간 기업의 정년 연장을 일방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 "(17일 기자간담회)

정년 연장에 대한 임태희 노동부 장관(사진)의 미묘한 입장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의 은퇴 시작에 따른 대책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한 기업들의 정년 연장을 강조하던 태도에서 한발짝 벗어난 모습이다. 정년 연장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일본식의 의무화와는 거리를 두겠다는 취지다.

임 장관은 이날 서울 반포 메리어트 호텔에서 조찬 강연 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노사정위원회의 논의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모든 기업에 정년 연장을 의무화하는 방식의 법제화는 하지 않겠다"며 "정년 연장형 임금피크제,정년 보장형 임금피크제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노사가 자율적으로 알아서 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임 장관은 그동안 정년 연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기업들도 나름의 역할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도 일본과 같은 방식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본은 2004년 한국의 베이비붐세대에 해당하는 단카이세대의 퇴직이 본격화되자 정년을 2013년까지 민간기업의 경우 60세에서 65세로 늘리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해 통과시켰다. 임 장관은 사회적 일자리도 베이비붐 세대 고용 대책의 주요 축이 될 것이라며 정년 연장 외에 은퇴 후 고용창출에도 무게를 둘 뜻을 내비쳤다.

한편 앞으로 1년간 정년 연장 방안을 논의하는 노사정위원회 '베이비붐세대고용대책위원회'는 이날 여의도 노사정위원회에서 임 장관과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김영배 한국경총 부회장,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첫 번째 회의를 열었다. 위원회는 앞으로 중고령자 친화적 임금,근로시간,퇴직제도 개선,중고령자 고용 촉진방안 등을 주요 의제로 다룬다.

노동부는 내년 위원회가 도출한 결과를 가지고 정년 연장과 임금체계,직무체계 개선안 등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