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유조선 5척(4802억원 규모)에 대한 선박 건조계약이 해지됐다고 17일 공시했다.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의 계약 해지는 가뜩이나 수주 가뭄에 시달리는 업계에 상당한 충격파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날 "유럽계 선주사로부터 당초 수주한 9척의 유조선 가운데 5척에 대한 공급계약이 해지된 것"이라며 "자금난으로 정상적인 계약 이행이 불가능한 선주사 측의 취소 요청에 따라 이미 발생한 건조비용과 취소 보상금을 따로 받는 조건으로 일부 계약을 해지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이번 계약 취소로 인해 선박 건조대금 4802억원 전체에 대한 손해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20% 정도에 달하는 선수금을 받은 데다 계약 취소로 인한 손해비용을 청구할 수 있어서다.

문제는 현대중공업이 외국 선주사의 발주 취소를 처음으로 공식화하면서 다른 선주사들도 잇달아 계약을 취소하거나 선박 인도시기를 늦출 공산이 커졌다는 점이다. 글로벌 해운경기가 좀처럼 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조선업체에 큰 부담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발주 취소 외에도 그동안 선주사들로부터 선박 15척의 선종 변경을 요청받아 사실상 계약내용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발주 취소 사태가 확산되지 않도록 다른 선주사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