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석유화학이 국내 업계 처음으로 중동 업체에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생산공정 기술을 수출한다.

삼성석유화학은 이달 말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석유화학기업 사빅의 계열사인 이븐러쉬드와 PTA 공장설계 및 생산기술 수출에 관한 최종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17일 발표했다. 수출 계약 규모는 1200만달러에 달한다.

이븐러쉬드는 사우디아라비아 양부(Yanbu) 지역에 있는 PTA 공장의 생산규모를 40만t에서 70만t으로 증설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석유화학은 앞으로 7개월간 양부 공장 증설 설비의 기본적인 설계와 증설 이후 생산공정의 성능 보장 작업을 수행하게 된다.

회사 관계자는 "석유화학 산업의 태동지인 중동에 국내 독자적인 PTA 공장 설계 노하우와 공정기술을 수출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인비스타 미쓰비시케미컬 등 세계적인 PTA 기술 라이선싱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PTA는 석유정제를 통해 얻어지는 파라자일렌을 원료로 만든다.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터와 페트(PET)병의 기초 원료로 사용된다. 국내 대표적 PTA 업체인 삼성석유화학은 1974년 회사 설립 이후 30여년간 PTA 제조공장을 운영하며 기술력을 축적해왔다. 1998년 BP의 투자를 받았던 이 회사는 2007년 10월 BP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모두 인수,10년간의 합작관계를 청산하고 독자기술 개발 및 기술수출 사업화에 주력해 왔다.

삼성석유화학은 기흥에 있는 삼성종합기술원 내에 중앙연구소를 신규 설립해 R&D(연구개발) 분야를 대폭 강화했다. 지난해에는 PTA 생산능력 180만t으로 국내 최대 업체로 성장했다. 2008년 초 기술 라이선싱 사업부를 발족한 뒤 공정기술 라이선싱,기술 컨설팅 및 교육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중국발(發) 수요가 늘어나면서 PTA 시장이 호황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t당 550달러 수준이었던 국제 PTA 시세는 최근 90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중동 동남아 지역의 PTA업체들도 경쟁적으로 증설작업에 나서고 있다. 삼성석유화학은 지난해 1조7800억원의 매출과 927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2006년 이후 3년 만에 적자에서 벗어났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