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마이크를 사용할 때의 습성이 다르다. 누구는 손으로 톡톡 두드려보고,어떤 이는 입으로 후후 불어보고,또 다른 이는 "아아,마이크 테스팅 마이크 테스팅" 하고 말해본다. 그런데 교장선생님들은 손으로 쳐보고 입으로 확인한 다음 "아아 마이크 테스팅"까지 한다. '

교장선생님에 관한 우스갯소리다. 교장선생님은 꼼꼼하다는 얘기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괜히 이것저것 건드리며 시간을 끄는 사람이란 말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상당수 교장이 조회 등 운동장이나 강당 행사 때 '마지막으로'를 반복함으로써 학생과 교사를 지치게 만든다.

어쨌거나 초 · 중 · 고교에선 교장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학년부장 등 보직과 담임 배정권,승진에 필요한 교사 평가권을 모두 지닌 까닭이다. 실제 교장의 열정과 청렴성,리더십은 교사들의 수업 및 학생지도와 직결되고 이는 곧장 학교 분위기 및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로 연결된다.

이러니 자녀 학교를 고를 때 교장의 나이를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정년이 가까우면 간혹 퇴직 이후에 대한 관심이 더 커 학교 발전이나 학생 교육엔 신경을 제대로 안쓰는 수가 있다는 이유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이가 더 많지만 개중엔 퇴임 후에 대한 대비 탓인지 각종 명목의 행사를 벌이는 일이 잦고 그로 인해 문제가 생길 소지도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전교조가 드센 학교에선 교장과의 갈등이 심한 경우가 적지 않다.

정부가 교육 비리 근절을 위해 초 · 중 · 고 교장 절반을 공모제로 뽑고 교장의 재산등록제도 도입하겠다고 나섰다. 교육감에게 교육장과 교장 인사권 등 권한이 집중된 데서 각종 문제가 비롯된다고 보고 현재 5% 정도인 교장공모제를 전국 학교의 50%로 확대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어쩌다 교장의 재산까지 감시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기막히지만 그렇다고 마냥 내버려둘 수만은 없다. 하지도 않은 아들의 결혼식 청첩장을 돌린 교장까지 있었던데다 각종 비리로 징계받는 교장 또한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개혁의 관건은 사교육 없애기보다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공교육 수준 제고는 90% 이상 교장선생님에게 달렸다. 교장이 급식업체나 시설물 공사업체와 거래하지 않고,교사 평가 또한 객관적이면 학교는 좋아진다. 물론 교육장과 교육감의 청렴성과 공정성이 전제돼야겠지만.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