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여중생 납치·살인범 김길태를 사건 발생 보름 만에 붙잡아 늑장대응 비판을 받은 경찰이 최근 신고 1분30초 만에 범죄 현장에 출동해 흉기를 든 강간범을 검거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1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12지령실에 다급한 목소리의 성폭행 피해 신고전화가 걸려온 것은 지난 11일 오후 2시31분.

매물로 내놓은 집을 보러 온 남자가 강간범으로 돌변했으며 지금 겨우 집 밖으로 도망쳐 나왔다는 내용이었다.

112지령실은 곧바로 사건발생지역을 담당하는 강남경찰서에 강간사건 발생 사실을 통보했고, 강남서는 사건 현장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12호 순찰차에 출동을 지시했다.

12호 순찰차가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2시32분30초. 신고를 받은 지 불과 1분30초 만에 범행장소에 나타난 것.

논현지구대 소속 순찰차 2대와 역삼지구대 소속 순찰차 1대도 추가로 현장에 동원됐다.곧이어 논현·역삼지구대 소속 경찰관 8명은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범인이 도망간 방향을 집중수색했다. 은신처가 많은 빌라 밀집 지역이라 범인이 멀리 도망가지 못하고 인근에 숨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찰의 예상은 적중했다. 논현지구대 소속 한승표 경사가 범행 현장에서 약 100m 떨어진 빌라 담벼락 사이에 엎드려 숨어 있는 남성을 발견한 것.한 경사는 발견 후에도 즉시 검거에 나서지 않은 채 일단 못 보고 지나친 척하고 무전기로 동료 6명을 불러모으고서 범인을 덮쳤다.폭 50㎝밖에 되지 않는 담 사이에 엎드려 있던 범인은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체포됐다. 112지령실에 신고가 접수된 지 20분 만이었다.

범행 직후 사방에서 압박해오는 경찰 순찰차량을 보고 도주할 엄두를 못 내고 숨어 있다가 경찰관 6명의 동시 체포작전에 순순히 응한 것.범인은 검거 당시 날 길이 20㎝가 넘는 흉기와 신고자의 몸을 묶을 목적으로 준비한 청테이프, 위장용 마스크 등을 가지고 있었다.경찰에 붙잡힌 김모(34·무직)씨는 11일 오후 2시께 집 구매자인 것처럼 속여 정씨 집에 들어가 흉기로 위협해 정씨를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으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경찰은 17일 김씨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