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미국 정보기술(IT)산업에서 업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초대형 기업과 그렇지 않은 다른 기업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S&P500 지수에 등재된 75개 IT 부문 기업 가운데 시스코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구글 오라클 등 상위 10개 기업이 지난 2년간 벌어들인 수익이 685억달러로 나머지 65개 기업의 135억달러에 비해 5.07 배나 많다면서, IT산업에서 최상위 기업과 다른 나머지 기업의 차이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또 2007년말부터 2009년말까지 상위 10대 IT기업의 현금 보유량은 48% 증가했지만, 나머지 65개 기업은 13% 느는데 그쳤다.

WSJ는 막대한 수익을 거둔 이들 기업들이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과감한 투자와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이 같은 격차가 더욱더 심화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시스코의 경우 2007년 227억달러에서 지난해 396억달러로 2년새 74% 가량 수익이 늘었다.시스코는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지난해 63억달러를 들여 네트워크장비업체 스타런트와 화상회의장비업체 탠드버그를 인수했다.프랭크 칼데로니 시스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우수한 재무제표는 시스코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구글도 풍부한 현금을 무기로 기업 쓸어담기에 적극적이다.구글의 수익은 2007년 142억달러에서 2009년 245억달러로 2배 가량 급증했다.구글은 지난해 10월 이후 모바일광고업체 애드몹을 비롯해 최소 8건의 M&A를 성사시켰다.

미국 IT 공룡들의 ‘유망 기업 쓸어담기’ 덕에 그들이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에릭 프리놀프슨 MIT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과거 어느 때보다 현금이 시장의 왕 노릇을 하고 있다”며 “기업 경쟁력에서 현금을 얼마나 보유했느냐가 가장 중요한 위치에 오른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업계 1위와 경쟁하는 다른 IT기업들은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컴퓨터 보안프로그램 부문 1위 오라클과 경쟁하고 있는 시만텍의 엔리케 살렘 CEO는 “오라클을 따라잡을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면서 오라클이 지난해 208억달러의 현금을 쓸어담는 동안 자신은 26억달러의 ‘실탄’만 확보했을 뿐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IT기업간의 M&A 시장에서 중소업체들이 초대형업체들에 밀리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