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에 대한 지식인들의 뿌리 깊은 불신과 적대감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지식인과 자본주의 사이의 전쟁은 특히 지난 150여년간 격렬하게 진행돼 왔다. 이 전쟁은 사회주의,공산주의,파시즘의 등장에 크게 기여했고,인류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기도 했다. 또 엄청난 인명의 손실과 비용을 지불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면 그 전쟁은 끝났는가. 아니다. 오히려 현대 사회에서는 고등교육의 확산으로 '가방끈이 긴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더욱이 정보통신 혁명에 따른 정보와 지식의 대중화로 스스로를 지식인과 동일시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지식인 혹은 준(準)지식인과 자본주의의 갈등은 새로운 모습의 전쟁으로 바뀌고 있다.

따라서 갈등과 적대감의 원인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일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과제다. 때문에 지난 세기 동안 지식인들이 확산시켰던 반자본주의 심리의 원인을 이해하는 일은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

불행히도 지식인들이 갖고 있는 반자본주의 심리를 뿌리째 뽑아버리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다만 이를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정신과 돈 사이에 종종 치명적으로 전개되는 계급전쟁을 제한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왜 지식인이 중요한가. 지식인들이 만들어 내는 아이디어나 주의 · 주장들이 실제로 자본주의를 뒤엎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서구 지식인들의 자본주의 비판은 '금지사항 3가지'라는 민주주의적 배경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 세 가지는 '돈을 벌지 말라'(그냥 돈이 있도록 하라)는 고대적 배경에다 '돈을 갖지 말라'(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라)는 기독교적 배경,'다른 사람이 갖거나 버는 것보다 더 많이 갖거나 벌지 말라'(그건 공평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역사적인 뿌리는 과거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내려오고 있다. 단 1730년부터 프랑스혁명 이전인 1830년까지 지식인과 자본주의 사이에 짧은 밀월 기간이 있었을 뿐이다.

저자의 중요한 지적 가운데 하나는 자본주의를 뒤엎는 혁명의 출현에는 지식인 계층의 본격적인 출현과 확산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독일의 대학 교수는 19세기 후반에 거의 3배나 증가했고,1864년 3000명에 불과했던 대학생은 1909년 8500명으로 불어나게 된다.

지식인 계층의 증가와 반자본주의 심리 확산 간 '정(正)의 상관관계'를 역사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특히 20세기 들어 반자본주의 심리를 확산하는 데 기여한 지식인들은 문학을 비롯한 문화 분야이며,지금도 그런 경향은 상당 부분 계속되고 있다.

세계화는 물질적인 풍요와 격차의 확대를 가져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식으로 무장한 사람들의 숫자를 대폭 증가시키게 되었다. 그렇다면 역사의 교훈은 그저 과거에만 머물지 않을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저자는 최근 들어 반자본주의 운동은 반미주의,생태주의,반세계화 운동,페미니즘의 모습으로 탈바꿈해서 계속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돈과 정신 사이의 뿌리 깊은 갈등을 치유하는 첫 걸음은 지식인들의 반감과 적대감을 완화시킬 수 있도록 설득하는 일이자 자본주의가 가질 수밖에 없는 도덕적 흠결에 대해 지식인들이 대안을 제시하고 귀를 기울이는 일이다. 지식인들이 자본주의의 전복이 아니라 자본주의에 도덕성을 더할 수 있는 역할을 맡으면 된다.

또한 지식인들 스스로 막스 베버가 주장했던 것처럼 '책임의 윤리'를 갖는 일이다. 이는 어떤 행위의 목표가 아니라 그 행위의 결과를 가장 먼저 생각하도록 권하는 일이다.

시대정신을 만들어 내는 데 지식인들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시민들,비즈니스 세계에서 뛰는 사업가들,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정치가들이나 관료들이 필독해야 할 탁월한 책이다.

공병호 < 공병호경영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