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공짜우물보다 우물파는 '민간기업'을 도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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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의 덫 | 글렌 허버드·윌리엄 더건 지음 | 조혜연 옮김 | 비즈니스맵 | 276쪽 | 1만5000원
최저생활이라도 유지하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 2010년 한국의 1인당 최저생계비는 월 50만원 정도다. 하루 최저생계비가 미화 15달러 정도인 셈이다. 그러나 이의 15분의 1도 되지 않는 돈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전 세계에 10억명이나 된다. 68억 세계인의 15% 이상인 셈이다.
개발도상국을 방문할 때마다 이러한 빈곤의 모습에 마음이 아파진다. 그러나 이런저런 조사를 하다 보면 그 나라에 GDP(국내총생산) 대비 상당한 규모의 원조가 주어지고 있다. '도대체 그 원조는 어디로 갔는가. 밑 빠진 독에도 희망이 있는가. ' 경제개발 경험 전수를 위한 출장 때마다 느꼈던 고민이다.
그런데 《원조의 덫》 덕분에 오랜 고민이 상당히 해결됐다. 이 책은 원조활동의 문제점부터 시작한다. 대부분의 원조가 인프라 구축과 같이 개도국의 정부나 NGO(비정부기구)를 통해 집행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외원조로 교량을 놓아도 결국 공여국의 기업이 그 일을 하게 되니 개도국의 민간기업이 클 여지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경제발전의 가장 중요한 주체인 민간기업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원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헌준 연세대 사회적 기업센터 소장이 감수자 서문에서 밝힌 대로 "공짜로 우물을 파지 말고 우물 파는 지역 업체를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사기업에 대한 대출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그 과정에서 기술개발을 자연스럽게 이뤄내고,기업으로부터 확보된 세수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동서고금을 오가며 각국의 생생한 사례를 제시한다. 로마제국과 19세기 노예무역 등 풍부한 예시를 보면 세계경제사를 개도국의 시각에서 풀어썼다는 느낌까지 든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읽고 나면 이 책의 목표 독자층이 ODA(공적개발원조) 관련 연구자가 아니라 빈곤과 경제개발 문제에 관심이 있는 일반 대중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저자들은 개도국의 정치와 경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원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마셜 플랜이 유럽의 시장경제화를 촉진하려는 미국의 의도에서 시작된 것과 마찬가지로 원조는 그 나라의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원조가 장기적으로 그 나라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고개를 넘어야 한다. 먼저 원조 금액이 부정부패로 새어 나가지 않아야 한다. 둘째,원조가 민간 기업을 키워야 한다. 셋째,결과적으로 그 나라 독재의 통치기반이 강화돼 민주주의 발전이 지연돼서는 안 된다. 저자들은 이 중 두 번째 고개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반면 세 번째 고개에 대한 논의는 깊이 다루고 있지 않다. 아마도 민간 기업의 발달은 자연스럽게 정치적 발전으로 연결된다고 믿는 듯하다.
이 책은 결국 우리가 책임져야 할 개도국인 북한에 대한 시사점도 던져 준다. 북한의 시장경제와 민주화에 도움이 되도록 대북지원 전략을 수립하는 데에도 이 책은 지침이 될 것이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개발도상국을 방문할 때마다 이러한 빈곤의 모습에 마음이 아파진다. 그러나 이런저런 조사를 하다 보면 그 나라에 GDP(국내총생산) 대비 상당한 규모의 원조가 주어지고 있다. '도대체 그 원조는 어디로 갔는가. 밑 빠진 독에도 희망이 있는가. ' 경제개발 경험 전수를 위한 출장 때마다 느꼈던 고민이다.
그런데 《원조의 덫》 덕분에 오랜 고민이 상당히 해결됐다. 이 책은 원조활동의 문제점부터 시작한다. 대부분의 원조가 인프라 구축과 같이 개도국의 정부나 NGO(비정부기구)를 통해 집행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외원조로 교량을 놓아도 결국 공여국의 기업이 그 일을 하게 되니 개도국의 민간기업이 클 여지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경제발전의 가장 중요한 주체인 민간기업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원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헌준 연세대 사회적 기업센터 소장이 감수자 서문에서 밝힌 대로 "공짜로 우물을 파지 말고 우물 파는 지역 업체를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사기업에 대한 대출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그 과정에서 기술개발을 자연스럽게 이뤄내고,기업으로부터 확보된 세수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동서고금을 오가며 각국의 생생한 사례를 제시한다. 로마제국과 19세기 노예무역 등 풍부한 예시를 보면 세계경제사를 개도국의 시각에서 풀어썼다는 느낌까지 든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읽고 나면 이 책의 목표 독자층이 ODA(공적개발원조) 관련 연구자가 아니라 빈곤과 경제개발 문제에 관심이 있는 일반 대중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저자들은 개도국의 정치와 경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원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마셜 플랜이 유럽의 시장경제화를 촉진하려는 미국의 의도에서 시작된 것과 마찬가지로 원조는 그 나라의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원조가 장기적으로 그 나라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고개를 넘어야 한다. 먼저 원조 금액이 부정부패로 새어 나가지 않아야 한다. 둘째,원조가 민간 기업을 키워야 한다. 셋째,결과적으로 그 나라 독재의 통치기반이 강화돼 민주주의 발전이 지연돼서는 안 된다. 저자들은 이 중 두 번째 고개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반면 세 번째 고개에 대한 논의는 깊이 다루고 있지 않다. 아마도 민간 기업의 발달은 자연스럽게 정치적 발전으로 연결된다고 믿는 듯하다.
이 책은 결국 우리가 책임져야 할 개도국인 북한에 대한 시사점도 던져 준다. 북한의 시장경제와 민주화에 도움이 되도록 대북지원 전략을 수립하는 데에도 이 책은 지침이 될 것이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