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병원들이 제약회사들에 기부금을 내도록 강요하는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처음으로 제재했다. 이번 과징금 처분은 기부금을 낸 쪽(제약사)이 아니라 받은 쪽(병원)을 징계한 첫 사례다.

공정위는 18일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혐의로 가톨릭중앙의료원과 연세의료원에 각각 3억원과 2억5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서울대병원과 아주대의료원에는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들 4개 대형 병원은 2005년 3월부터 2008년 5월까지 자신의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건물 신축,부지 매입 등의 명목으로 거래관계에 있는 제약회사로부터 약 241억원의 기부금을 받아냈다. 가톨릭의료원이 의대 학생회관 건립 명목으로 170억원,연세의료원은 병원 건립에 필요하다며 61억원을 제약사들로부터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병원과 아주대의료원도 비슷한 이유로 각각 4억여원의 기부금을 모금했다.

이들 병원은 기부금의 납부 시기와 방법,심지어 규모까지 직접 결정해 제약회사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기부금을 모았다. 공정위는대형 종합병원의 기부금 제공 요구는 '이익제공 강요'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병원 스스로 부담해야 할 비용을 거래 상대방에게 전가한 것은 의도와 목적이 부당할 뿐 아니라 순수한 기부금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

안영호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병원과 제약사는 기부금 납부관계에 따라 거래관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제약사 간 건전한 경쟁이 저해되고 의약품 가격이 오르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번 공정위 조치는 제약회사의 부당 리베이트뿐 아니라 대형 종합병원의 불건전한 이익추구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