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수주 취소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18일 증권업계에서는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이번 수주 취소가 업계 전반으로 퍼질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현대중공업은 유럽계 선주사와 맺은 유조선 5척에 대한 공급계약을 해지했다고 지난 17일 장 마감 후 공시했다. 취소분 계약금액은 4802억원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당초 계약한 총 9척의 유조선 중 5척을 취소한 것"이라며 "선주가 자금난으로 인해 정상적인 계약이행이 불가능하다며 계약 취소를 요청했고, 이에 기발생 비용과 취소 보상금을 징수하는 조건으로 일부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증권업계에서는 계약을 해지한 회사를 그리스의 신생 해운선사인 퀘스트 마리타임(Quest Maritime)사로 추정하고, 이번 취소로 인해 현대중공업이 입을 손해 규모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김홍균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이 아직 선박 건조를 시작하지 않았고, 선수금 20%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대중공업의 직접적인 피해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기종 대우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이번 계약 취소가 현대중공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2011년 예상 매출액의 약 2% 수준으로 크지 않다"며 "이로 인해 발생한 생산 차질은 신규 선박을 수주해 다시 생산할 가능성도 있어 이후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해운 운임이 반등하고 있는 가운데 범용선과 해양구조물 신규 발주가 시작돼 이 같은 수주 취소를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선박 발주 취소 사태는 이미 시장이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어 현대중공업 주가에 반영되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양정동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CMA-CGM, TMT 등 대형 선사들의 발주 취소가 이미 발표됐다"며 "새로울 것이 없다는 얘기"라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의 수주 취소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또한 퀘스트 마리타임사는 현대중공업 이외에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한 물량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화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형조선 3사에 있어 추가 발주 취소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작년 상당수의 취소 관련 협상이 인도 지연 등으로 합의점을 찾으면서 마무리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봉진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탱커 계약 취소가 과거 컨테이너선 취소와 같이 업계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미국 석유수요 증가와 OPEC(석유수출국기구) 석유생산 확대 등으로 탱커 운임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고, 2011년 납기 예정의 탱커 발주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오후 2시34분 현재 조선주들은 대부분 하락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전날보다 2.37% 내린 22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고, 현대미포조선(-1.36%), 대우조선해양(-2.71%), 삼성중공업(-2.02%) 등도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