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미국과 일본이 15개월째 기준 금리를 동결했다. 두 나라 모두 성급히 출구전략을 시행하면 회복기미를 보이는 경기가 채 피기도 전에 꺾일 것으로 우려했음에 틀림없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현행 연 0~0.25%인 기준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예상해온 금리인상의 '신호'조차 발표문에 담지 않아 아직 출구전략을 본격 거론할 시기가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했다. 일부 지표들이 호전되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실업률이 9.7%에 이르는 등 고용도 매우 부진하다는 것이다.

일본은행은 17일 금융정책회의에서 연 0.1%인 기준금리를 그대로 묶고 은행 등에 대한 초저금리 자금 공급규모를 종전 10조엔에서 20조엔으로 늘렸다. 출구전략에 나서기는커녕 오히려 금융완화를 선택한 것이다. 소비자물가가 11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디플레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탓이 크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제로금리 상태가 이어질 것임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 FRB와 일본은행의 결정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한마디로 현재로서는 세계경기의 불안정성이 여전하고 당분간 급속한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해외 의존도가 큰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도 자명(自明)하다. 청년실업이 10%에 이르는 등 고용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도 그렇다. 신임 총재를 맞게 된 한국은행도 이런 점에 최대한 유념하면서 금리 · 통화 정책을 신중히 운용해 나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다만 출구전략 시행에 대한 사전 대비는 철저히 해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 금리 수준이 너무 낮아 내년 이후 인플레와 자산 버블 같은 부작용이 닥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는 가계부채 증가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라도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금융당국은 자칫 적기 대응에 실패할 경우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시나리오별 대응전략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