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세계사 돌연변이' 한국경제, 재도약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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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이야기 한국경제 | 좌승희·김창근 지음 | 일월담 | 도서출판 B.O | 332쪽 | 1만5000원
양봉을 주업으로 하는 조그만 산골나라가 있었다. 하지만 토양이 척박한 데다 너무 많은 양봉업자들이 산기슭으로 모여들어 꿀 생산은 적고 생산성도 낮았다. 양봉업 발전을 위해 고민하던 국왕은 '꽃이 만발해야 양봉이 잘 된다'는 상식적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나 꿀이 풍부한 신종 꽃을 개발하고 가꾸려는 화훼업자는 없었다. 경제학자에게 까닭을 물으니 "꿀이 풍부한 꽃을 가꿔봤자 사방에서 모여드는 벌들이 어느 벌통에서 왔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국가가 화훼업자들을 지원하자 화훼업과 양봉업이 함께 발전했다. 고용도 늘고 국민소득도 높아졌다.
화훼업자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양봉업을 겸영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 국가의 보조금을 받지 않아도 됐다. 또 인수 · 합병을 통해 업종을 다각화하며 화훼부서와 양봉부서를 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두 부서를 독립계열사로 거느린 대기업그룹도 등장했다.
《하룻밤에 읽는 이야기 한국경제》는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로 성공한 한국의 경험을 이렇게 비유한다. '수양산 그늘이 강동 팔십리에 뻗친다'는 고사처럼 국가가 경제 ·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일류의 역할모델을 많이 키워야 그 시너지 효과로 모든 국민이 혜택을 본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한국은 분명 성공 사례요,돌연변이다. 1960년대 이후 30여년간 연평균 8% 이상의 초고속 성장을 지속하며 세계경제사에 유례 없는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경제학에서 결코 권하지 않는 독재정치와 관치경제 아래 이 같은 경제적 도약을 이뤘고,주류경제학이 부정하는 유치산업 보호육성정책을 통해 산업화에 성공했다. 또한 경제학이 가장 우려하는 경제력 집중과 경제적 불균형을 쌓으면서 성장신화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바로잡고 균형발전을 이뤄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정치민주화와 시장경제 개혁을 추진한 결과 성장 추세가 계속 하락하는 정체국면에 접어들었다. 경제논리가 정치논리를 압도했던 1960년대 이후 약 20년간 연평균 8% 이상의 고속성장을 한 데 반해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했던 1980년대 초 · 중반 이후 성장률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지 않은가. 선진경제는커녕 정치민주화가 오히려 분열과 대립만 조장하며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지 않은가. 저자들은 이런 의문을 제기한다.
이 같은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주류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한국형 발전모델에서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들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미국의 고문관들이 '거의 희망이 없는 나라'라고 평했을 만큼 참담하고 암울했던 1960년대 초반부터 수출에 역점을 두며 경제 기적을 이뤘던 시기,1980년대 민주화와 함께 제기된 분배문제,1997년의 외환위기와 기업구조 개혁,글로벌 경쟁체제 속에서 각축하는 현재까지 역대 정부의 경제정책과 한국경제 발전사를 꼼꼼히 되짚는다.
저자들의 결론은 "한국경제가 재도약하려면 시든 꽃밭을 다시 벌과 나비가 모여드는 향기 가득한 꽃밭으로 살려내는 길밖에 없다"는 것.그 방법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는 역할모델들을 존중하고 우대하는 것,스스로 노력해 부를 쌓음으로써 시장으로부터 우대받아야 할 경제주체들이 정치에 의해 역차별받는 반시장적 포퓰리즘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그러나 꿀이 풍부한 신종 꽃을 개발하고 가꾸려는 화훼업자는 없었다. 경제학자에게 까닭을 물으니 "꿀이 풍부한 꽃을 가꿔봤자 사방에서 모여드는 벌들이 어느 벌통에서 왔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국가가 화훼업자들을 지원하자 화훼업과 양봉업이 함께 발전했다. 고용도 늘고 국민소득도 높아졌다.
화훼업자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양봉업을 겸영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 국가의 보조금을 받지 않아도 됐다. 또 인수 · 합병을 통해 업종을 다각화하며 화훼부서와 양봉부서를 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두 부서를 독립계열사로 거느린 대기업그룹도 등장했다.
《하룻밤에 읽는 이야기 한국경제》는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로 성공한 한국의 경험을 이렇게 비유한다. '수양산 그늘이 강동 팔십리에 뻗친다'는 고사처럼 국가가 경제 ·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일류의 역할모델을 많이 키워야 그 시너지 효과로 모든 국민이 혜택을 본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한국은 분명 성공 사례요,돌연변이다. 1960년대 이후 30여년간 연평균 8% 이상의 초고속 성장을 지속하며 세계경제사에 유례 없는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경제학에서 결코 권하지 않는 독재정치와 관치경제 아래 이 같은 경제적 도약을 이뤘고,주류경제학이 부정하는 유치산업 보호육성정책을 통해 산업화에 성공했다. 또한 경제학이 가장 우려하는 경제력 집중과 경제적 불균형을 쌓으면서 성장신화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바로잡고 균형발전을 이뤄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정치민주화와 시장경제 개혁을 추진한 결과 성장 추세가 계속 하락하는 정체국면에 접어들었다. 경제논리가 정치논리를 압도했던 1960년대 이후 약 20년간 연평균 8% 이상의 고속성장을 한 데 반해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했던 1980년대 초 · 중반 이후 성장률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지 않은가. 선진경제는커녕 정치민주화가 오히려 분열과 대립만 조장하며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지 않은가. 저자들은 이런 의문을 제기한다.
이 같은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주류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한국형 발전모델에서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들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미국의 고문관들이 '거의 희망이 없는 나라'라고 평했을 만큼 참담하고 암울했던 1960년대 초반부터 수출에 역점을 두며 경제 기적을 이뤘던 시기,1980년대 민주화와 함께 제기된 분배문제,1997년의 외환위기와 기업구조 개혁,글로벌 경쟁체제 속에서 각축하는 현재까지 역대 정부의 경제정책과 한국경제 발전사를 꼼꼼히 되짚는다.
저자들의 결론은 "한국경제가 재도약하려면 시든 꽃밭을 다시 벌과 나비가 모여드는 향기 가득한 꽃밭으로 살려내는 길밖에 없다"는 것.그 방법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는 역할모델들을 존중하고 우대하는 것,스스로 노력해 부를 쌓음으로써 시장으로부터 우대받아야 할 경제주체들이 정치에 의해 역차별받는 반시장적 포퓰리즘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