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형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 기업을 2020년까지 300개 육성하겠다는 목표의 세계적인 전문 중견기업 육성전략을 새로 내놨다. 히든 챔피언은 경쟁력이 강한 세계적인 중소 · 중견기업들을 보유한 독일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이를 위해 지식경제부는 앞으로 산업발전법에 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법률적 근거를 도입하고, 조세 · 금융 등의 측면에서 중소기업 졸업부담을 대폭 완화(緩和)하며, 독일식 기술경쟁력 강화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중소기업과 대기업이라는 이분법적 논리 때문에 중견기업들이 소외돼 왔던 점을 생각하면 진작에 그렇게 했어야 할 일이다.

중견기업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은 기업 성장의 경로가 단절돼 있다는 의미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우리경제의 발전 과정을 되돌아보면 1980년 이후 새로 출현한 기업집단으로 꼽을 만한 곳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소수의 대기업 집단과 다수의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허리가 약한 이른바 '호리병형' 산업구조가 그 결과다. 우리 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던 취약한 부품 · 소재 경쟁력도 이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중견기업들이 별로 없는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정부가 우선 중견기업의 범위와 육성책의 법적 근거를 마련키로 한 것은 그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된다.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때 지원은 사라지고 대신 부담이 증대하는 것도 기업 스스로 성장을 기피하게 하는 현실적인 요인이 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조세나 금융지원 등의 측면에서 중소기업 졸업의 부담을 완화해 주기로 한 것도 잘한 일이다.

다만 유념해야 할 것은 경쟁력이 강한 기업의 창출이 정부 지원책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기업이 성장하면서 스스로 기술 경쟁력,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게끔 하는 그런 기업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핵심이라는 얘기다. 선진국처럼 인수합병 등을 통해 기업이 얼마든지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만들고, 대기업 규제 등은 과감히 없앨 필요가 있다. 그래야 중소기업에 머물지 않고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가려는 기업의 야성을 자극할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