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탈락' 항고하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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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탁금 너무 비싸" 포기 속출
코스닥상장사인 A사는 2008년 말 불어닥친 미국발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작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청산하는 게 채권자들에게 더 이득이 된다"고 판단해 회생절차를 폐지해 버렸다.
회사가 재기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던 대표이사 B씨는 고등법원에서 다시 한 번 판단을 받아보기 위해 바로 항고장을 냈다. 하지만 20억원이 넘는 항고보증금(공탁금)이 문제였다.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기일 내에 돈을 구하지 못해 항고를 포기했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들이 항고보증금을 내지 못해 항고를 포기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18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작년 1심에서 회생이 어렵다는 판정을 받은 64개 기업 가운데 16개 기업이 항고장을 접수했으나 이 중 3개 기업이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해 항고를 포기했다. 애초부터 공탁금이 부담돼 항고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기업도 상당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2심 법원에서 판단이 달라지는 경우도 심심찮게 나온다"며 "보증금 부담 때문에 재기할 수 있는 기업이 허망하게 사라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에서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받은 회사가 고등법원에서 다시 한 번 판단을 받아보기 위해서는 채권액 5% 미만의 공탁금을 내야 한다.
예를 들어 1000억원의 빚이 있는 기업이라면 50억원 미만을 보증금으로 내야 항고를 할 수 있다. 보증금제도는 항고가 남발되면서 부실기업 청산이 장기화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의 정재헌 판사는 "회생절차가 장기화되면 기업의 자산가치가 더 떨어지면서 채권자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들은 빚 때문에 법원에 구제를 요청한 기업들이 무슨 돈이 있느냐고 하소연한다. 항고 절차가 끝난 뒤 돌려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이미 부도가 난 기업이 보름 안에 수억~수십억원을 마련하는 건 어렵다는 얘기다. 게다가 어렵게 구한 보증금이 채권단에 압류당할 위험도 높다.
법원이 이런 기업의 처지를 고려해 항고보증금을 채권액의 2~3%로 부담을 낮춰주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3억원의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해 법원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기계제조업체 C사의 임원 K씨는 "3억원이라는 큰 돈이 있었다면 채권자에게 주고 회생절차를 신청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당연히 누려야 할 재판청구권을 박탈당한 것 같아 억울하다"고 말했다.
보증금 부담 때문에 2심의 판단을 받을 수 없게 된 법정관리 신청기업들이 그냥 무너질 수는 없다는 생각에 1심 판단을 두 번 받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항고를 하는 대신 회생절차를 재신청해 처음부터 절차를 다시 밟는 것이다. 재신청이란 회생절차가 폐지된 회사가 이후 바뀐 사정이 있으면 다시 한 번 1심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항고와 달리 높은 보증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려는 회사들이 적지 않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
회사가 재기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던 대표이사 B씨는 고등법원에서 다시 한 번 판단을 받아보기 위해 바로 항고장을 냈다. 하지만 20억원이 넘는 항고보증금(공탁금)이 문제였다.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기일 내에 돈을 구하지 못해 항고를 포기했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들이 항고보증금을 내지 못해 항고를 포기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18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작년 1심에서 회생이 어렵다는 판정을 받은 64개 기업 가운데 16개 기업이 항고장을 접수했으나 이 중 3개 기업이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해 항고를 포기했다. 애초부터 공탁금이 부담돼 항고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기업도 상당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2심 법원에서 판단이 달라지는 경우도 심심찮게 나온다"며 "보증금 부담 때문에 재기할 수 있는 기업이 허망하게 사라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에서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받은 회사가 고등법원에서 다시 한 번 판단을 받아보기 위해서는 채권액 5% 미만의 공탁금을 내야 한다.
예를 들어 1000억원의 빚이 있는 기업이라면 50억원 미만을 보증금으로 내야 항고를 할 수 있다. 보증금제도는 항고가 남발되면서 부실기업 청산이 장기화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의 정재헌 판사는 "회생절차가 장기화되면 기업의 자산가치가 더 떨어지면서 채권자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들은 빚 때문에 법원에 구제를 요청한 기업들이 무슨 돈이 있느냐고 하소연한다. 항고 절차가 끝난 뒤 돌려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이미 부도가 난 기업이 보름 안에 수억~수십억원을 마련하는 건 어렵다는 얘기다. 게다가 어렵게 구한 보증금이 채권단에 압류당할 위험도 높다.
법원이 이런 기업의 처지를 고려해 항고보증금을 채권액의 2~3%로 부담을 낮춰주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3억원의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해 법원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기계제조업체 C사의 임원 K씨는 "3억원이라는 큰 돈이 있었다면 채권자에게 주고 회생절차를 신청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당연히 누려야 할 재판청구권을 박탈당한 것 같아 억울하다"고 말했다.
보증금 부담 때문에 2심의 판단을 받을 수 없게 된 법정관리 신청기업들이 그냥 무너질 수는 없다는 생각에 1심 판단을 두 번 받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항고를 하는 대신 회생절차를 재신청해 처음부터 절차를 다시 밟는 것이다. 재신청이란 회생절차가 폐지된 회사가 이후 바뀐 사정이 있으면 다시 한 번 1심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항고와 달리 높은 보증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려는 회사들이 적지 않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