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캐피털의 원조격인 한국기술투자(KTIC)의 경영권이 일본계 투자회사인 SBI코리아홀딩스에 넘어갔다.

이에 따라 SBI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KTIC 오너 경영자인 서갑수 회장(현재 고문 신분)은 퇴진할 것으로 보인다.

SBI코리아홀딩스는 18일 서울 논현1 문화센터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서 회장의 아들인 서일경 이사와 정견만 사외이사 등 서 회장 측 경영진 해임을 포함,6건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날 임시주총은 SBI홀딩스 측과 서 회장 측 대리인인 유비퀀텀홀딩스 간 팽팽한 기싸움으로 시작됐지만,양측 보유지분 차이 때문에 승부는 싱겁게 끝났다. 이날 표대결에서 참석 의결권의 82.4%가 상정안건에 찬성했고,반대는 17.6%에 불과했다.

현재 SBI 측이 KTIC 지분 34.9%를,서 회장을 포함해 유비퀀텀홀딩스 측이 7.4%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SBI 측은 이날 다카하시 요시미 대표를 비롯해 사내외 이사 5명을 선임했다. 또 금융감독원 기획조정국장 출신의 이성로씨를 감사에 임명했다.

이에 앞서 서울지방법원은 임시주총 전날인 17일 서 회장 측이 주가조작 등을 이유로 "SBI코리아홀딩스가 보유한 주식 중 5%를 초과한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금지시켜 달라"는 가처분소송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날 이사회에서 KTIC 대표이사에 선임된 다카하시 SBI홀딩스 대표는 "한국기술투자의 부실채권을 회수해 조기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다카하시 대표는 이어 "중국 일본 인도 베트남 등의 SBI그룹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국기술 투자를 5년 내 기업가치 1조원짜리 회사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SBI홀딩스코리아는 일본 최대 창업투자회사인 소프트뱅크 인베스트먼트를 모태로 하는 SBI그룹 자회사로,2008년 KTIC 지주회사(KTIC홀딩스) 설립 때 250억원을 투자하며 서 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우호적 투자자로 출발한 SBI 측은 지난해 말 KTIC 투자실패 등에 따른 서 회장 일가의 책임을 물어 적대적 M&A를 선언하면서 경영권분쟁이 불거졌다.

서 회장도 SBI 측과 KTIC 임원 등을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는 한편 법원에 SBI 측의 주식의결권 제한 소송을 제기하며 반격에 나섰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