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무명생활 끝에 최근 빛을 보게 된 여배우 A씨.하지만 소속사의 횡포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 세상물정 몰랐던 십대 때 '영화 출연시켜주겠다'는 소속사 말 한마디에 계약했는데 그게 덫이었다. 계약서에는 '을(연예인)'이 '갑(소속사)'에게 해야 할 의무조항이 빼곡했다.

해외로 나갈 때는 사전에 허락을 받아야 하고,이성 교제 같은 사생활도 사전에 지휘감독을 받아야 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항의할 수도 없었다. 계약기간은 10년.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연예매니지먼트사업법'은 연예계의 불합리한 계약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법이다. 장자연 자살사건이 계기가 돼 일명 '장자연 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해 전자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씨 감금 · 폭행사건,그룹 '동방신기'의 불공정 계약 논란도 제도 논의에 불을 붙였다.

최 의원 측은 "매니지먼트사업자들의 영세성과 비전문성,불합리한 계약관행이 연예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적절한 제도적 규제의 근거를 마련하자는 게 법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법안은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을 할 때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하고,연예인과 체결하는 계약서 양식을 신고하도록 했다.

계약서에 불공정 조항이 있을 경우 문화부가 시정을 권고할 수 있다. 영화 출연 등 외부 계약을 체결할 때는 사전에 연예인에게 계약 내용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게끔 했다.

법안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상임위의 한 전문위원은 "문화부도 제도적 정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 이르면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것"이라며 "법안 취지에 대해서는 여야간 큰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연예인 보수한도를 사전에 결정하도록 하는 등 일부 내용은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있어 논의과정에 논란이 예상된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