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이 발표한 영업실적이 외부 감사 후 바뀌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실적이 좋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악화되거나 흑자 기업이 적자 기업으로 돌변하는 사례들이다. 외부감사 시즌이 막판으로 접어들면서 실적이 좋지 않은 상장사들의 '고해성사'가 줄을 이을 예정이어서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12월 결산 실적을 이미 발표한 상장사들이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 이상 변동' 정정공시를 쏟아내고 있다. 이달 들어 실적 정정공시 건수는 유가증권시장 185건,코스닥시장 242건 등 총 427건에 달한다. 외부감사가 마무리되면서 앞서 발표한 잠정 실적을 속속 바로잡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상장 기업들이 사전에 발표한 잠정 실적과 외부감사를 거친 확정 실적에 적지 않은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코스닥 방송서비스 관련 업체인 큐릭스는 외부감사 결과 손실이 당초 12억원에서 35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고 정정했다. 유원컴텍 또한 손실 규모가 103억원에서 137억원으로 확대됐고 IHQ도 대손상각비가 크게 늘어나면서 손실이 26억원에서 47억원으로 바뀌었다.

에스코넥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억원 적자에서 4억원 흑자로 정정됐지만 당기손실은 110억원에서 163억원으로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키이스트와 이엠따블유의 경우에는 각각 지난해 순이익이 잠정 발표 때보다 10억원,8억원가량 줄어들었다. 마크로젠의 순손실도 27억원에서 36억원으로 커졌다. 이 밖에 서울식품 동아화성 엑사이엔씨 삼양옵틱스 등도 실적이 소폭 악화됐다.

반대로 실적이 오히려 좋아진 곳도 있다. 서울전자통신은 작년 순이익이 자체 결산 때보다 11억원 증가한 116억원으로 나타났다고 정정 공시했다. 테크노세미켐 또한 순이익이 13억원가량 늘어났고 이스트소프트도 소폭 호전됐다. 화신테크도 외부감사 후 순이익이 24억원으로 자체 결산 때보다 7억원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한계기업들 대부분이 아직 외부감사를 받고 있는 중이어서 외부감사로 인해 실적이 크게 뒤바뀌는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했다. 외부감사 마감일은 주주총회 마지막날인 오는 31일의 일주일 전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과거 사례로 볼 때 외부감사 막판으로 갈수록 흑자가 적자로 둔갑하는 등 실적이 크게 악화되는 사례가 빈번해 투자자들은 정정공시를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