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로봇산업은 일본보다 20여년 늦게 시작됐지만 로봇 보급률은 인구 1만명당 164대로 세계 3위 수준이다.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 왔던 반도체,자동차 산업 등은 외국을 따라잡기 바빴었다. 현재 국내 로봇기술의 수준을 감안한다면 로봇산업은 우리가 세계 3대 강국으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마지막 산업 분야라 할 수 있다"(염영일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

"1990년대 초 국내 산업용 로봇시장은 약 2000억원 규모였고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5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일본이 전 세계 시장의 70%를,유럽이 20%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로봇산업 전반에 걸친 육성 방안을 강구할 것이 아니라 IT 강국인 대한민국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지능형 로봇시장을 선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신경철 유진로봇 대표)

최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대한민국이 지능형 로봇이라는 블루오션을 차지하려면?'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41회 한경-공학한림원 토론마당'은 국내 로봇산업의 현황을 살펴보고 지능형 로봇의 개발 및 관련 산업 활성화 대책의 필요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주제발표에 나선 염영일 교수는 "우리나라가 세계 3위의 로봇 선진국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국내 로봇 전문기업 187곳 중 85.6%가 매출액 50억원이 안 되고 직원수도 50명이 안 될 정도로 영세하다"며 "학제 간,산업 간 융합연구 및 협력을 통해 센서나 지능형 회로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야 10년 후 국내 로봇산업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어떤 로봇을 중점적으로 개발해야 되는지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신경철 유진로봇 대표는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가정이나 병원에서 사람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능형 서비스 로봇 분야에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신 대표는 "유럽에서는 청소로봇 시장이 매년 300% 성장하고 있고 5년 이내에 연간 3000만대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는 등 세계적으로 2020년까지 약 20조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국내를 비롯해 세계적으로도 출산률이 낮아지고 빠르게 고령화되는 추세를 봤을 때 사회복지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지능형 서비스 로봇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이상무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로봇PD는 "2020년까지 국내 지능형 로봇시장이 수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하에 국내에서는 지능형 서비스 로봇 분야를 육성하는 데 수천억원이 투입됐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국내 서비스 로봇 시장규모는 약 300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성과가 미흡한 실정"이라며 "로봇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려면 개발이 어려운 지능형 서비스 로봇에만 매달리는 것보다 우선은 약간 기술 수준이 낮은 산업용이나 군용,의료용 로봇 분야에 집중해 지능형 로봇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을 축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서일홍 한양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우리가 로봇산업 분야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좋은 부품을 싸게 잘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원천기술 개발과 인재양성에 투자를 늘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