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에선 노동당 간부와 군부 실세들이 줄줄이 물갈이되고 있다. 이는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와 화폐개혁의 실패에 따른 경제난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생활고에 흉흉해진 북한 주민의 민심을 달래고 후계체제를 한층 강화하기 위해 김정일 위원장이 대대적인 숙청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달 들어 평양을 중심으로 박남기 북한 노동당 계획재정부장(73)이 화폐개혁의 실패로 인해 총살됐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대북 단파라디오 '자유북한방송'은 18일 "화폐개혁을 주도한 박남기 전 부장이 이달 초 모든 책임을 지고 총살됐다는 소문이 평양에서 나돌기 시작해 지방으로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최근 평양시 순안구역의 한 사격장에서 박 전 부장을 총살했다"며 "화폐개혁의 실패로 민심이 악화되고 정은 후계체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자 모든 책임을 박 전 부장에게 씌워 반혁명분자로 처형했다"고 전했다.

박 부장은 2005년부터 노동당 자금 운용을 관리하고 노동당과 내각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지난해 김정일 위원장을 총 77회 공개 수행했으며,이는 김기남 당비서(108회)와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94회)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치다. 그러나 '출세가도'를 달렸던 박 부장은 결국 정책 실패의 희생양이 됐다.

이와 함께 선전 · 선동업무를 담당하는 최익규 노동당 영화부장(76)이 최근 해임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부장은 김 위원장의 최측근 중 한 사람으로,후계자 정은의 신성화 작업을 담당해왔다. 특히 올 들어 정은의 찬양노래인 '발걸음'의 보급을 주도적으로 진행했지만 화폐개혁에 대한 선전을 제대로 하지 못한 죄목으로 결국 해임됐다.

또 '김정일 자금'을 16년간 관리했던 39호실장은 최근 김동운(75)에서 전일춘 39호실 부실장으로 교체됐다. 김동운의 교체는 작년 12월 유럽연합(EU)의 제재 리스트에 그 이름이 오르면서 스위스 등 김정일의 해외 비자금 관리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박남기 부장 총살설 등을 확인 중에 있다"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