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련한 중견기업 육성방안은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이란 두 단어로 귀결된다. 중소기업에서 세계적 대기업으로 커 나갈 실력 있는 중견기업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300개의 히든 챔피언 육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각종 지원책을 패키지로 내놨다.

◆조세부담 완화기간 도입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조세부담 완화.중소기업 졸업 후에도 5년간 '부담완화기간'이 도입돼 이 기간에는 세금부담이 줄어든다. 기존에는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최저한세율(각종 감면에 관계없이 최소한으로 내야 하는 세율)이 7%에서 이익 규모에 따라 10~14%로 확 높아졌지만 앞으로는 부담완화기간 중 1~3년간은 8%,4~5년간은 9%가 적용된다. 최저한세율은 낮을수록 기업에 유리하다.

일반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도 기존에는 중소기업 25%,일반기업(대기업) 3~6%를 적용했지만 앞으로는 부담완화기간 중 1~3년은 15%,4~5년은 10%로 낮아진다. 중소기업을 졸업하더라도 조세부담을 '계단식'으로 높여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의도다.

가업상속에 대해 상속세가 감면된다. 아직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된 것은 아니지만 기존 중소기업의 경우처럼 상속세 과세대상액에서 최대 100억원까지 공제해주는 방안이 유력하다. 단 상속세 감면 혜택을 받으려면 일정한 고용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정부는 '상속 후 10년간 상시 근로자수 누적합계가 상속연도 당시 근로자수의 1400% 이상'을 검토하고 있다. 이 기준을 맞추려면 상속 후 매년 고용을 6%가량 늘려야 한다는 게 지경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상장기업의 경우 최대주주 지분요건도 '40% 이상'에서 '30% 이상'으로 낮춰줄 방침이다.
이 같은 세제감면을 위해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과 상속세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산업발전법에 중견기업 지원 근거를 명확히 할 예정이다. 현재는 법적으로 중견기업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

각종 금융지원도 이뤄진다. 기존에 기업은행으로부터 중소기업 우대금융을 받은 경우 부담완화기간 중에는 계속 거래관계가 유지된다. 물론 자금회수도 없다. 신용보증의 경우 기존 보증을 축소하지 않고 가산보증료도 단계적으로 인상해 한꺼번에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막는다.

중견기업의 자산담보부증권(ABS) 발행이 가능하도록 ABS 발행요건이 완화된다. 예컨대 투자등급인 'BBB 이상'뿐 아니라 투기등급인 'BB'급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견기업의 주식과 회사채를 인수하는 중견기업전용펀드도 추진된다.

◆'기업주치의센터' 500개 만든다

기술 경쟁력 강화 방안도 대거 포함됐다. '독일식 기술확산 시스템' 도입이 대표적이다. 독일은 1980년대 이후 지방대학과 중소기업을 연계한 R&D로 작지만 강한 중견기업을 다수 길러냈다. 정부는 이를 벤치마킹해 주요 지역에 중소기업을 근접 지원할 '기업주치의센터'를 지정한다. 이 센터는 기업과 30분 거리 안에 위치해 기업이 필요할 땐 언제든 현장에서 '1 대 1 맞춤형' 서비스를 할 예정이다. 지경부는 2011~2012년 중 10개를 시범 운영한 뒤 2015년에는 5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또 1조5000억원 규모의 원천기술개발사업 중 중소 · 중견기업 참여 비중을 지난해 17.9%에서 2012년까지 25% 수준으로 확대한다. 연간 지원규모도 최대 15억원에서 최대 100억원으로 늘린다. 2020년까지 300개 유망 응용기술을 발굴해 기술당 3~5년간 최대 100억원을 지원한다.

원천기술의 사업화를 위해 외국기업이 공동 참여하는 '글로벌 R&BD(시장지향적 연구개발)'가 도입되고 오는 6월까지 지식재산권을 관리하고 사업화할 '창의자본주식회사'가 설립된다. 중소 · 중견기업의 R&D 인력난 해소를 위해 정부 출연연구소 소속 박사급 인력 200명이 파견된다.

중소 · 중견기업이 대기업의 퇴직 전문인력을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대기업 퇴직전문가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대기업 인사 경력자 출신의 헤드헌팅 전담반이 구성된다.

중견기업의 해외 마케팅을 지원한다. 특히 2020년까지 세계 수준의 중견기업 300개를 육성하기 위한 '월드 클래스 300'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조만간 선정될 300개 기업에는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한 지원이 이뤄진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