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이탈리아 피렌체서 르네상스 꽃 핀 까닭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천재들의 도시 피렌체 | 김상근 지음 | 21세기북스 | 316쪽 | 2만원
중세의 암흑 걷어내고…단테·보카치오·미켈란젤로
그들은 생각하는 방법이 달랐다
중세의 암흑 걷어내고…단테·보카치오·미켈란젤로
그들은 생각하는 방법이 달랐다
메디치 가문의 두 번째 전성기를 이끌었으며 피렌체 시민들로부터 '위대한 자'로 불렸던 로렌초 데 메디치.어느날 마르코 조각공원을 산책하던 그는 마침 늙은 목신의 얼굴을 조각하고 있는 10대 소년에게 이렇게 말했다. "노인 치고는 이가 너무 가지런하지 않아?" 소년은 가지런하던 이를 뽑아내고 잇몸까지 허물어진 영락없는 노인의 모습을 조각해냈다.
다음 날 늙은 목신의 조각상을 본 메디치는 소년을 수소문해 찾아냈다. 그리고 소년의 아버지를 설득해 양자로 들였다. 그 소년이 바로 미켈란젤로다. 이렇게 해서 소년 미켈란젤로는 10대 후반의 3년을 메디치 저택에서 양자로 보내며 마르실리오 피치노 등으로부터 신플라톤 사상의 영향을 받았고,동갑내기였던 메디치의 아들 조반니는 나중에 교황 레오10세로 등극한다. 훗날 미켈란젤로가 교황을 위해 일하게 된 것은 이런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메디치가 없었다면 거장 미켈란젤로가 있었을까.
《천재들의 도시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중심지 피렌체를 골목골목 여행하며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지방의 이 작은 도시에서 어떻게 중세의 암흑을 걷어내고 인문주의 운동이 시작됐는지,그래서 유럽 역사의 근대가 동텄는지 보여준다.
'꽃의 도시'라는 뜻을 지닌 피렌체는 가히 천재들의 도시였다. 단테,보카치오,페트라르카,조토,도나텔로,기베르티,미켈란젤로,다빈치,마키아벨리,갈릴레이….헤아릴 수 없이 많은 예술가와 과학자가 이 작은 도시에서 태어나 활동했다. 이들은 기존 체계를 보완하거나 이미 있던 사상을 정교하게 다듬은 것이 아니라 세상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보았고,전혀 다른 세상을 보기 원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저자는 이들이 구가했던 르네상스를 '14세기의 길' '15세기의 길' '메디치의 길'로 나눠 피렌체의 구석구석을 여행한다. 그러면서 이들의 삶과 사상,학문과 예술이 어떻게 전개되고 발전했는지 되짚는다.
르네상스는 한번 솟구쳤던 일회성 파도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새로운 파도를 솟구치게 만들었던 거친 바람과도 같았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단테,페트라르카,보카치오,조토가 걸어갔던 14세기는 암흑처럼 고여 있던 중세에서 벗어나 인간의 감정을 재발견한 시기였다. 15세기에는 너무나 많은 천재가 한꺼번에 등장해 비례 · 조화 · 반복을 통해 내재적 아름다움에 주목한 시기를 거쳐 플라톤 사상에 기초한 초월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시기로 이어졌다.
이 모든 르네상스의 흐름이 피렌체에서 시작되고 끝을 맺은 이유를 저자는 '생각하는 사람들의 도시'에서 찾는다. 그러면서 우리가 피렌체에서 배울 점을 제시한다. 사실 피렌체는 우리와 너무 닮았다. 당파 분열이 심했고,도시국가 간 갈등이 심했다. 반도라는 지정학적 위치와 초강대국에 에워싸인 점,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인재가 많다는 점,손재주가 뛰어나다는 점 등도 비슷하다.
저자는 "피렌체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미래의 아름다움에 대한 도전이며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미래의 가능성"이라며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땅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다음 날 늙은 목신의 조각상을 본 메디치는 소년을 수소문해 찾아냈다. 그리고 소년의 아버지를 설득해 양자로 들였다. 그 소년이 바로 미켈란젤로다. 이렇게 해서 소년 미켈란젤로는 10대 후반의 3년을 메디치 저택에서 양자로 보내며 마르실리오 피치노 등으로부터 신플라톤 사상의 영향을 받았고,동갑내기였던 메디치의 아들 조반니는 나중에 교황 레오10세로 등극한다. 훗날 미켈란젤로가 교황을 위해 일하게 된 것은 이런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메디치가 없었다면 거장 미켈란젤로가 있었을까.
《천재들의 도시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중심지 피렌체를 골목골목 여행하며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지방의 이 작은 도시에서 어떻게 중세의 암흑을 걷어내고 인문주의 운동이 시작됐는지,그래서 유럽 역사의 근대가 동텄는지 보여준다.
'꽃의 도시'라는 뜻을 지닌 피렌체는 가히 천재들의 도시였다. 단테,보카치오,페트라르카,조토,도나텔로,기베르티,미켈란젤로,다빈치,마키아벨리,갈릴레이….헤아릴 수 없이 많은 예술가와 과학자가 이 작은 도시에서 태어나 활동했다. 이들은 기존 체계를 보완하거나 이미 있던 사상을 정교하게 다듬은 것이 아니라 세상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보았고,전혀 다른 세상을 보기 원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저자는 이들이 구가했던 르네상스를 '14세기의 길' '15세기의 길' '메디치의 길'로 나눠 피렌체의 구석구석을 여행한다. 그러면서 이들의 삶과 사상,학문과 예술이 어떻게 전개되고 발전했는지 되짚는다.
르네상스는 한번 솟구쳤던 일회성 파도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새로운 파도를 솟구치게 만들었던 거친 바람과도 같았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단테,페트라르카,보카치오,조토가 걸어갔던 14세기는 암흑처럼 고여 있던 중세에서 벗어나 인간의 감정을 재발견한 시기였다. 15세기에는 너무나 많은 천재가 한꺼번에 등장해 비례 · 조화 · 반복을 통해 내재적 아름다움에 주목한 시기를 거쳐 플라톤 사상에 기초한 초월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시기로 이어졌다.
이 모든 르네상스의 흐름이 피렌체에서 시작되고 끝을 맺은 이유를 저자는 '생각하는 사람들의 도시'에서 찾는다. 그러면서 우리가 피렌체에서 배울 점을 제시한다. 사실 피렌체는 우리와 너무 닮았다. 당파 분열이 심했고,도시국가 간 갈등이 심했다. 반도라는 지정학적 위치와 초강대국에 에워싸인 점,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인재가 많다는 점,손재주가 뛰어나다는 점 등도 비슷하다.
저자는 "피렌체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미래의 아름다움에 대한 도전이며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미래의 가능성"이라며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땅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