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갤러리] 천경자 '꽃과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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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워라.
첫사랑의 아픔은 항생제로도
듣지 않는다.
뜨겁게 달아오른 체열로 밤을 하얗게
밝힌 아침,
봄이 오는가 싶더니 문득
눈보라가 몰아친다.
벌던 꽃잎을 접고
맨 몸으로 오한을 견디어내는
뜰의 홍매화 한 쌍.
-오세영 '꽃샘추위' 전문
꽃을 시샘하는 추위는 꼭 이맘 때 찾아온다. 하필이면 앙증맞은 움을 틔우려는 순간에 덮치는 눈보라의 질투.올해도 사나흘에 한번꼴로 날선 바람이 꽃망울들을 괴롭힌다. 꽃으로서야 빨리 세상 구경을 하고 싶겠지만 그게 어디 그런가. '뜨겁게 달아오른 체열'을 혼자 감내하며 '벌던 꽃잎'마저 접고 견뎌야 하는 오한의 조춘(早春).하긴 추위를 이긴 꽃일수록 열매가 단단한 법.눈 덮인 뜰의 홍매화가 그러하고,아슴프레한 첫사랑이 그러하고,선운사 동백숲의 알싸한 만남도 그러하다.
고두현 문화부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