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범에 1심 형법ㆍ2심 특강법 적용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의 누범 가중 조항에 대한 법원의 직권 적용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고법 제주부(재판장 박흥대 제주지법원장)는 18일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강간상해 등)로 구속기소된 강모(45)씨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강씨가 1998년 특수강도강간죄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008년 형 집행을 마친 뒤 지난해 7월 또 강간상해죄를 저질렀으므로 특강법의 누범 가중을 해야 하는데 1심은 형법상 누범 가중을 했으므로 파기돼야 한다"며 "(특강법에 따라) 최소 10년 이상 유기징역형에 처해야 하지만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1심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씨는 지난해 7월 제주시 연동에서 술에 취해 쓰러져있던 이모(25.여)씨를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한 뒤 감금하는 과정에서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혀 강간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특강법 제3조는 살인ㆍ강도ㆍ강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고 형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받은 후 3년 내에 강력범죄를 또 범하면 법에서 정한 형의 상ㆍ하한을 모두 2배 가중해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1심은 `5년 이상 15년 이하'의 형에 처하게 한 강간상해죄에 특강법이 아닌 형법상 일반누범 규정을 적용, 징역 7년을 선고했고 검찰은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강씨만 항소해 결국 최소 징역 10년 이상에 해당하는 중죄를 저지르고도 3년이 감형된 셈이 됐다.

이와 관련해 당시 1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도 직권 적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검찰이 형법을 적용해서 기소하고 징역 7년을 구형했는데 굳이 피고인에게 불리할 수 있는 특강법을 적용해야 하는 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직권적용을 찬성하는 측은 특강법 제3조를 새로운 구성요건이 아닌 형법상 누범가중에 대한 특별 규정으로 보고, 검사가 공소장에 기재하지 않았어도 법원이 직권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에선 특강법 제3조는 새로운 범죄구성요건을 만든 규정으로 봐야 하며,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기소 없이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하는 것은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김현수 교수는 "검찰이 형법을 적용할지 특강법을 적용할지는 해석하기 나름이며, 법원이 공소장 변경을 요구하기 전엔 불고불리의 원칙에 따라 마음대로 판단할 순 없다"며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더라도 사안에 따라 하나하나 판례가 정립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제주연합뉴스) 김지선 기자 sunny1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