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최근 세계 어업시장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던 참다랑어(일본명 구로마구로 또는 혼마구로)의 국제 수출입 금지안이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13일부터 열리고 있는 유엔환경계획(UNEP) 산하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무역에 관한 협약(CITES)’ 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했다.이에 따라 ‘멸종 위기 어종 보호’를 명분으로 참다랑어의 교역 금지를 추진했던 EU와 ‘400년 전통 음식문화 사수’를 선언하며 강력 저지에 나섰던 일본의 참다랑어 전쟁은 일단 일본 측 판정승으로 마무리됐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CITES 회의에서 18일 대서양·지중해산 참다랑어의 어획 및 수출입 금지를 공식합의로 채택하는 데 대한 표결을 실시한 결과 찬성 20표와 반대 68표,기권 30표로 부결됐다.세계 1위 참다랑어 소비국 일본과 함께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자국 수산업계가 입을 타격을 우려해 반대표를 던졌다.EU와 함께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힌 나라들은 미국과 노르웨이,케냐였다.EU는 참다랑어 수출금지 시기를 2011년 5월까지 늦출 것을 요청했다.

175개 회원국 중 120여개국 대표들이 참석한 이번 회의에선 참다랑어를 포함해 북극곰과 아프리카코끼리,나일악어 등 동식물 42종에 대한 남획 및 무역 규제안이 논의됐다.특히 참다랑어의 경우 EU가 대서양과 지중해에서의 어획 및 수출입 금지를 요구한 데 대해 일본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CITES 회의 전부터 최대 쟁점으로 부각됐었다.CITES 회의는 오는 25일 폐막된다.

참다랑어는 흔히 ‘바다의 귀족’ 참치 중에서도 가장 최상급 요리재료로 꼽히며 세계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하지만 참치회와 초밥 등 일식이 국제적으로 각광받으면서 무분별한 남획으로 참다랑어의 씨가 마를 지경에 이르렀다.국제대서양참치보존위원회(ICCAT)에 따르면 대서양지역의 참다랑어 개체 수는 50년 전에 비해 무려 74%나 급감했다.하지만 17세기 에도막부 시대부터 참다랑어 요리를 즐겨온 일본은 참다랑어 거래 금지안의 통과를 막기 위해 초비상이 걸렸다.일본은 전 세계에서 잡히는 참다랑어의 70~80%를 소비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