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모터스가 도요타의 라브4를 개조해 만든 고속 전기차가 반소됐다는 소식에 전기차 테마주들이 폭락한 모양입니다.레오모터스는 M&M이라는 물류업체에 심상현 부회장을 대표로 파견하고,스톡옵션을 받았는데 이로 인해 M&M를 통해 우회상장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습니다.이 M&M이란 주식이 타격을 받은 겁니다.

CT&T도 우회 상장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지면서 관련주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AD모터스 역시 마찬가지고요.일련의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 몇 자 적습니다.전기(電氣)차는 없고 전(錢)기차만 신나게 질주하는 현상들에 대한 단상입니다.

순수 전기의 힘만으로 가는 전기차는 아직 개발 단계에 있습니다. 실제 대량 양산되려면 꽤나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배터리만해도 아직 기술적인 수준이 미천합니다.삼성SDI만해도 2013년을 개발 완료 목표로 세워놓고 있습니다.LG화학은 올 하반기부터 GM의 볼트에 배터리팩을 공급하기로 해 다소 앞서 있긴 하지만 순수 EV용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선 넘어야 할 기술적인 벽들이 많습니다.

셀 밸런싱 기술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배터리팩은 보통 수십개의 배터리셀을 병렬식으로 연결한 것인데 전기가 셀과 셀을 지날 때 일종의 저항이 발생하고,끝까지 가면 저항이 엄청나게 커져 결국 맨끝의 셀부터 죽이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셀 밸런싱 수치를 최소화한다는 것은 이같은 저항을 제로에 가깝게 만든다는 뜻입니다.아직 이같은 BMS 기술이 등장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사실 지금 나오는 저속 전기차들은 일반적인 자동차라고 하기엔 어렵습니다. 시속 80킬로까지 나오는 차가 있긴 하지만 골프 카트를 업그레이드한 정도라는 게 맞을 겁니다. 이런 차들은 용도가 명확히 제한돼 있습니다. 정부가 저속 전기차의 주행을 허용한 것은 전기차 활성화를 앞당기겠다는 취지에서이지 그것이 완벽한 자동차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증시에선 전기차 제조업을 선언한 곳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겼습니다.골프카트를 만들거나 심지어 농기계제조업체까지 전기차를 사업영역에 포함시켰으니까요. 대우자동차판매는 레오모터스 인수에 나서는 등 관련 업체를 사들일 계획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진짜 전기차 기술을 갖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 분간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실제 전기차는 등장조차 안했지만 돈은 벌써부터 전기차 주변에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레오모터스만해도 유명 펀드 투자자가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살만한 회사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전기차 테마주의 급등락 뒤에는 꽤 많은 사모펀드들이 도사리고 있을 게 분명합니다.

돈이 될 만한 곳에 돈이 모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문제는 이제 막 싹이 나려는 전기차 산업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레오모터스,CT&T 등의 기술은 잘은 모르겠지만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수준일 겁니다.레오모터스의 개조차의 경우 배선의 피복이 벗겨지는 사소한 문제때문에 차량 화제가 날 정도였으니까요. 대기업 자동차 계열의 한 임원은 "개조 기술은 형편 없는 수준"이라고 혹평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자기들 기술이 최고라고 자랑하는데 급급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돈을 불러들이기 위한 수사인지 진정으로 자부심을 드러낸 것인지 가늠할 수는 없지만 많은 소비자와 투자자들을 오해하도록 만들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산업의 싹 자체를 자르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경쟁은 지금도 진행중이기 때문입니다.앞으로 투자하려면 이런 미래를 믿고 장기 투자하는 게 최선일 듯 싶습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박동휘 기자 블로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