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기업 '오너' 회장님들이 회사 주식 매수에 나서고 있다. 이 기업들은 실적이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주가가 기업가치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회사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오너' 경영진의 매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장형진 영풍 대표이사 회장은 전날 계열사인 코리아써키트 주식 1만4570주(0.07%)를 장내에서 매입, 보유지분을 3.64%로 늘렸다.

장 회장은 많지는 않지만 꾸준하게 코리아써키트 지분을 늘리고 있다. 그는 지난달 19일 8860주를 사들인데 이어 22일부터 26일까지 매일 적게는 1960주에서 많게는 2만5250주까지 매수했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3일과 9일 각각 1만5660주와 5420주를 사들였다.

이같은 장 회장의 지분확대는 회사 실적이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리아써키트는 지난해 매출액 2142억원에 영업손실 3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3% 가량 줄고 영업적자를 지속했지만 자회사인 인터플렉스가 선전한 덕에 당기순이익은 31억원으로 전년보다 300%나 증가했다.

코리아써키트의 실적은 올해 크게 호전될 전망이다. 자회사인 인터플렉스의 실적 호전과 전방산업인 IT산업의 호황으로 인한 수혜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연성회로기판(FPCB) 제조업체인 인터플렉스는 지난해부터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증권사들은 인터플렉스가 지난해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이후 올해도 스마트폰 시장 확대 등의 영향으로 실적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대표이사 회장도 최근 이 회사 주식을 매입했다. 조 회장은 지난 18일 한진중공업 주식 2만5650주(0.05%)를 장내에서 매수했다.

조 회장이 한진중공업 주식을 사들일 만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 지주사인 한진중공업홀딩스가 한진중공업 지분 36.54%를 갖고 있고 조 회장은 한진중공업홀딩스 지분 46.50%를 보유한 최대주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조 회장이 한진중공업 주식을 산 것은 회사가 그만큼 '저평가'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원경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조 회장의 지분 매입에 대해 "홀딩스가 지분을 확실하게 갖고 있으니까 경영권하고는 별 상관없다"면서 "한진중공업의 주가가 된다는 생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한진중공업의 경우 다른 조선주들이 바닥에서 두 배 이상 올랐는데 비해 주가가 오르지 못했다"며 "현재 주가는 영업가치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자산가치만 반영된 수준인데, 점진적인 조선업황 회복, 공공발주 증가에 의한 건설사업부의 호황을 감안하면 절대 저평가 구간"이라고 분석했다.

허일섭 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 회장도 이 회사 보유주식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허 회장은 지난달 10일 이후 15일까지 녹십자홀딩스 주식 3만2000주(0.70%)를 장내에서 매수, 보유지분을 10.29%로 늘렸다.

허 회장은 녹십자홀딩스의 경영권 강화와 함께 저평가됐다는 판단에 따라 주식을 추가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녹십자홀딩스 시가총액은 보유하고 있는 녹십자 지분가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저평가돼 있다. 전날 종가 기준으로 녹십자홀딩스의 시가총액은 4277억원인데 반해 보유하고 있는 녹십자의 주식 가치는 5425억원에 이른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