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은행장들과의 마지막 간담회에서 "금융시장에 대한 한국은행의 현장감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강정원 국민은행장,이종휘 우리은행장,김정태 하나은행장 등이 참석한 금융협의회에서 "한은에 대한 변함없는 이해와 협조를 당부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장감이 떨어진다'는 이 총재의 발언은 1997년 말 한은법이 개정돼 은행감독원이 분리된 이후 한은이 은행들과 직접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사라져 금융시스템 안정에 대한 한은의 역할이 제한적이었다는 것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금융위기가 나라로선 불행이었지만 중앙은행으로선 다행인 점도 있었다"고 말했다. 국민 대다수가 한은이 뭐하는 곳인지 몰랐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너무나도 뻔하다"며 "때론 너무 기대가 많아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중앙은행을 모르는 것보단 낫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신 국민은 그만큼 고생했다"며 금융위기를 막지 못한 책임감과 아쉬움을 표현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