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세타가야구에 있는 식품 슈퍼마켓 '세이조 이시이'.주로 PB(자체상표) 상품과 수입 식료품을 파는 이 상점엔 매일 주부 고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두부 한 모 가격이 279엔(약 3500원)으로 다른 가게의 두 배를 웃도는 데도 인기라고 한다. 아이들 간식으로 인기가 좋은 햄버거도 마찬가지다. 타사 점포에서 3개당 900엔 정도 하는 햄버거가 이곳에선 1150엔이다.

장기침체와 디플레이션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런 '배짱 장사'로 과연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 있지만,일본 내 68개 점포를 운영 중인 세이조 이시이는 2006년부터 줄곧 두자릿수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최신호(3월15일자)에서 세이조 이시이의 성공 비결로 1927년 설립 후 80여년간 줄곧 지켜온 '소비자들은 시장 상황이 어떻든 상관없이 저렴한 가격보다 신용 유지를 더 원한다'는 회사 특유의 신념을 꼽았다. 세이조 이시이의 PB부문 상품개발팀 인력은 타회사의 두세 배인 30여명에 달한다. 또 무슨 일이 있어도 재료비는 줄이지 않으며 화학조미료도 첨가하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운다. 타사보다 훨씬 비싼 이 상점의 두부와 햄버거가 잘 팔리는 이유도 주부들 사이에서 "세이조 이시이가 아니면 이런 맛을 못 낸다"는 입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세이조 이시이의 오쿠보 쓰네오 사장은 "가끔씩 가격할인 행사를 하지만 할인폭은 5~10%에 머문다"며 "무조건적인 가격 인하 같은 안이한 방식으로는 절대 팔지 않는다"고 말했다. 갑자기 물건 값을 깎으면 소비자들이 오히려 "재료가 더 안 좋아졌나"하는 의심을 품게 되며,이는 곧 고객의 이탈로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1956년 도쿄에서 창업된 세탁회사 '기쿠야'도 양복 한벌의 세탁요금이 1800엔(약 2만2500원)으로,1000엔 안팎인 다른 세탁소보다 두 배가량 비싸지만 동종업체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독특한 서비스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 내 150개 점포를 갖고 있는 기쿠야가 내세우는 주요 서비스로는 2004년부터 시작한 'e클로짓'과 '문라이트(Moonlight)'가 있다. e클로짓은 수납공간 부족에 시달리는 고객을 위해 기쿠야가 자사의 대형 창고를 무료로 개방해 고객들이 맡긴 세탁물을 장기간 보관해주는 서비스다. 손님들이 인터넷으로 이 서비스를 신청하면 직원이 직접 방문해 세탁물을 수거해 가고,드라이클리닝을 마친 뒤엔 세탁물 보호를 위해 온도 20도 이하,습도 40~60%로 유지되는 전용 창고에 보관된다. 또 문라이트는 퇴근시간이 늦은 맞벌이 부부 가정을 위해 밤 11시까지 세탁물을 수거 ·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