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호사가,미식가들이 샥스핀(상어 지느러미) 수프,참다랑어 스시를 당분간 계속 즐길 수 있게 됐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서구국가들과 중국 · 일본 간 멸종위기 동물을 재료로 한 '음식전쟁'에서 중 · 일이 일단 판정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교도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18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유엔환경계획(UNEP) 산하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무역에 관한 협약(CITES)'회의에서 최근 세계 어업시장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던 참다랑어(일본명 구로마구로 또는 혼마구로)의 국제 수출입 금지안이 통과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대서양 · 지중해산 참다랑어의 어획 및 수출입 금지를 공식합의로 채택하는 데 대한 표결 결과,찬성 20표와 반대 68표,기권 30표로 부결된 것이다. 세계 1위 참다랑어 소비국 일본은 물론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자국 수산업계의 타격을 우려해 반대표를 던졌다. EU와 함께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힌 나라는 미국과 노르웨이,케냐에 불과했다. 유럽권에서도 영국,네덜란드,스페인 등 어업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자국 내 수산업계의 우려를 반영,참다랑어 수출 금지에 한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멸종위기 어종보호'를 명분으로 참다랑어의 교역 금지를 추진했던 EU와 '400년 전통 음식문화 사수'를 선언하며 강력 저지에 나섰던 일본의 참다랑어 전쟁은 일단 일본 측 판정승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미국 주도로 서방국가들은 참다랑어 수출금지안과 함께 심혈을 기울였던 '북극곰 가죽 수출 금지안'도 통과시키지 못해 개도국들과 힘겨루기에서 연패했다. 환경보전을 무기로 개도국을 압박했지만 체면만 구긴 셈이다.

앞서 지난 16일 회의에선 중국과 일본,러시아 대표단이 손잡고 미국과 유럽이 주창한 '상어 보존안'을 부결시키는 일이 발생했다. 미국과 EU는 "중국의 샥스핀 소비 증가로 상어가 멸종위기에 처했다"며 상어 보존을 주장했고 보존안 처리가 유력했었다. 하지만 중국이 일본 및 개발도상국들과 연대해 "상어의 멸종위협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며 자칫 가난한 나라의 어민들을 어려움에 빠지게 할 수 있다"고 반발하면서 서방의 공격을 무산시켰다.

국제해양보전단체인 오세아나 등에 따르면 중국 등지에서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샥스핀 소비가 급증,매년 7300만 마리의 상어가 남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해 CITES 회의에는 175개 회원국 중 129개국 대표들이 참석,참다랑어를 포함해 북극곰과 아프리카코끼리,나일악어 등 동식물 42종에 대한 남획 및 무역 규제안이 논의됐다. 회의는 오는 25일 폐막된다.

이미아/김동욱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