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지난 15일 진기한 기록이 탄생했다. 경매 최고가를 뜻하는 '디왕(地王)' 타이틀의 주인이 하루에 수차례씩 바뀐 것이다. 이날 오전 경매에서 베이징 이좡 지역의 토지가 52억4000만위안에 팔려 총액 기준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후 열린 분할 경매에서는 다왕징 1호 구역이 ㎡당 2만7529위안,둥성향의 토지는 ㎡당 3만위안에 경매돼 분할경매 최고가 기록도 두 번이나 바뀌었다. 새로운 디왕을 탄생시킨 주인공은 중국 병기장비그룹과 중국 연초총공사,위안양부동산개발 등 모두 국영기업이었다.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 이처럼 큰손 노릇을 하는 국영기업들이 당국의 철퇴를 받았다.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78개 국영 기업체에 부동산사업에서 손을 떼라고 지시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19일 보도했다. 사업목적이 부동산개발인 16개 회사에게만 허용하기로 했다. 주력사업과 무관하게 땅을 사서 아파트를 지어 파는 데 재미붙인 국영기업들이 버블 조장의 주범 중 하나로 찍혔기 때문이다.

중국 국영기업들이 땅 장사에 열을 올리는 것은 중국 부동산 시장이 그만큼 뜨겁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달 초 열린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정치협상회의)에서도 부동산은 최고의 핫이슈였다. 원자바오 총리는 정부 업무보고에서 일부 도시의 과도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잡겠다고 공언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올초부터 자산 버블을 막기 위해 개인의 부동산 구입 및 부동산 개발업체의 사업용 자금대출을 규제하고 나섰다. 땅을 사놓고 개발하지 않는 업체에는 세금폭탄도 퍼부었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강경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꺾이거나 투자가 위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 작년 6월 70개 주요도시의 가격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0.2% 상승했지만 지난달엔 10.7%를 기록했다. 20개월 만의 최대 상승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출억제 등에도 불구하고 거품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은행들의 2월 신규대출은 7000억위안으로 전달(1조3900억위안)의 절반 수준에 그쳤지만 올 들어 2월까지 부동산 개발투자는 전년 동기보다 31.1% 늘었다.

다만 거래는 크게 위축됐다. 중국 베이징 왕징의 톈마부동산 왕푸난 사장은 "정부가 조만간 금리를 올리는 등 자금규제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 때문에 주택을 사려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며 "하지만 정부가 경기부양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부동산 값이 크게 떨어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관망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