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 "아흔셋 나이에도 팔팔한 체력은 건강식단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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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장수 경영인
'매일 오전 5시 기상,영어공부,스트레칭 체조….'
올해 93세로 국내 최장수 경영인으로 손꼽히는 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의 아침 일과다. 1917년생으로 이 회사를 창업한 정 명예회장은 지금도 회사의 주요 경영현안을 돌본다. 자신의 호를 따서 설립한 '혜춘장학회'의 이사장직도 맡고 있다. 그는 1922년생으로 장수 최고경영자(CEO)인 '흑초 전도사' 박승복 샘표식품 회장과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보다 다섯 살 많다.
'베지밀'의 창시자인 그는 1937년 의사가 돼 소아과에 정열을 쏟으면서 모유와 우유에 들어있는 유당성분을 소화하지 못해 고통을 겪는 어린 아이들을 보면서 인생이 달라졌다. 끊임없는 연구에 매달린 결과 유당이 없으면서도 3대 영양소(단백질 탄수화물 지방)가 골고루 들어있는 콩을 이용해 대용식을 만들어낸 것이 바로 베지밀이다.
정 명예회장은 "내가 만든 두유 덕을 내가 제일 많이 봤다"며 "두유 덕분에 70대 중반만 해도 백발이었던 머리에서 검은 모발이 자랐다"고 털어놓곤 한다.
그는 아흔을 넘긴 나이에도 허리가 곧고,매일 1~2시간씩 산책을 할 만큼 정정하다. 지팡이를 짚지 않고도 걸어다닐 수 있지만,주변사람들이 안전사고를 우려해 굳이 손에 쥐어줄 정도다.
정 명예회장은 "나의 팔팔한 체력은 건강식단 덕분"이라고 소개했다. 정 회장은 평소 '콩 및 기타 식물성 식품 위주로 소식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소아과 의사출신으로 1973년 정식품을 설립한 CEO답게 특히 '슈퍼푸드'(장수식품)로 알려진 콩 토마토 호두 호박 시금치 브로콜리 등을 끼니마다 골고루 섭취해 건강을 유지한다.
그의 식단을 들여다보면,보통 오전 9시30분부터 시작하는 아침식사에 파프리카 상추 계란 등으로 만든 샐러드와 배 사과 체리 토마토 한라봉 등의 과일을 먹는다. 두뇌에 좋다는 호두를 비롯해 은행 잣 밤도 챙기고,인절미 단호박 등의 후식도 잊지 않는다. 특히 과일은 제철 과일을 선호한다.
점심식사 시간은 오후 1시30분으로 콩밥과 국 시금치 브로콜리 버섯 두릅 나물 김치 등 녹색채소를 즐기는 편이다. 저녁은 오후 7시부터다. 콩밥이나 죽 국 순두부 시금치 호박 나물 생선 등이 주메뉴다. 한 끼 식사에 걸리는 시간은 30분 안팎이란다.
식사를 마친 다음에는 자신이 개발한 베지밀을 끼니 때마다 꼭 챙겨먹는다. 벌써 13년째 이어온 습관이다. 여름에는 시원하게,겨울에는 따끈하게 데워 마신다. 술은 매주 2~3회 매실주나 레드와인을 소주잔 크기의 작은 잔에 1잔 정도만 마신다.
아침 식사 전에도 그는 바쁘다. 오전 5시에 일어나면 EBS 라디오 영어강의를 들으며,텝스와 김대균 영어와 같은 교재를 펼쳐놓고 공부한다. 이 또한 6년째다. 이후 8시부터 30분간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후 10분간 반신욕을 하며 명상에 잠긴다. 반신욕은 정 명예회장이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침을 마친 후 10시30분부터 산책을 한다. 서울 평창동 자택을 나서 북악산 팔각정을 돌아오는 30분짜리 코스를 즐긴다. 점심식사 후에는 오후 3시부터 자택 정원에서 1시간 정도 산책을 하며 나무와 꽃을 돌본다. 이때는 정 명예회장이 키우는 두 마리의 진돗개 '아롱이'도 함께 한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