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주총데이인 19일 삼성 LG 한진그룹 계열사 등 총 462개 상장사가 일제히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일성신약 주총은 '장하성펀드'와의 표 대결 끝에 합병 안건이 통과돼 회사 측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그외 대부분의 기업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예고한 대로 사업목적을 추가하고 이사를 선임했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제일기획 등 삼성 주력기업을 비롯해 총 105개사가 이사보수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서울 용산 본사에서 열린 일성신약 주총장은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주총의 최대 이슈는 일성신약 지분 20%를 보유하며 대주주로 있는 씨스코통상과의 합병 문제였다. 장하성펀드와 일부 소액주주들이 주총에 참석,합병건에 반대 의견을 잇따라 개진하면서 반박과 재반박이 오가는 상황이 연출됐다.

일성신약의 지분 4.03%를 보유한 장하성펀드의 동일권 대표는 "합병하는 회사인 일성신약과 일성신약에 흡수합병되는 회사인 씨스코통상의 합병비율이 1 대 2.99가량으로 결정됐는데 이보다 훨씬 낮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장하성펀드 측은 지분 20% 정도를 위임받아 총 24%가량의 반대표를 확보한 상태였다.

주총 의장을 맡은 윤석근 일성신약 대표는 "합병비율은 철저하게 제3의 기관인 회계법인이 맡아 공정하게 산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격전 과정에서 윤 대표의 부친인 윤병강 회장이 "한 명의 소액주주라도 반대하면 이번 합병건을 미루겠다"고 연거푸 말하면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하지만 주총 의장인 윤 대표가 "윤 회장의 발언은 소액 주주들이 오해하는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설명한다는 취지였을 뿐"이라며 바로 표결에 들어갔다. 결국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183만1665주)의 80%가량인 146만7728주가 참석,참석 주식의 76.99%인 113만48주의 찬성으로 합병이 승인됐다.

○…일부 이사 후보 선임 안건 등에 대해 기관들이 반대의사를 표명했지만 큰 어려움 없이 마무리됐다. 한국수출포장공업 주총에선 일부 기관이 반대했던 이정웅 전 상무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예정대로 통과됐다. 앞서 이 회사 지분 0.70%를 보유하고 있는 세이자산운용이 내부 인사라는 이유로 반대의사를 표명했었다.

호남석유화학 주총에서도 신영자산운용과 알리안츠생명의 반대를 뚫고 황명천 전 사내이사의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회 재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한라건설 주총에서는 동양투자신탁운용(보유지분 3.20%)이 이사 보수한도를 25억원에서 30억원으로 증액하는 안건에 대해 반대했지만 충돌 없이 회사 측 안건이 통과됐다.

이사들의 보수 한도를 상향한 회사도 많이 나왔다. 이날 주총에서 이사 보수한도를 높인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60개사와 코스닥기업 45개사 등 105개사에 달했다. 어려운 시기에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데 따른 보상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이사의 보수한도 총액을 520억원에서 550억원으로 높였고 삼성물산과 제일기획도 각각 120억원,80억원이었던 보수 한도를 150억원,100억원으로 상향했다. 아모레퍼시픽 남양유업 대한해운 빙그레 엔씨소프트 LG생명과학 웅진씽크빅 한화석유화학 현대엘리베이터 등도 이사 보수 한도를 상향 조정했다.

적대적 인수 · 합병(M&A)을 막는 조항을 정관에 도입하는 상장사도 잇따랐다. 코스닥 바이오기업인 셀트리온은 이날 주총을 열고 임원들이 퇴직하게 될 경우 대표이사에게 200억원,이사들에게 50억원씩을 지급하는 '황금낙하산' 제도를 통과시켰다. 한국투자신탁운용(지분 0.07%)과 일부 소액주주 등 총 지분의 2% 정도가 반대표를 던졌지만 역부족이었다. 게임회사 손오공도 황금낙하산 제도를 도입했다.

○…대다수의 주총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본사에서 열린 주성엔지니어링 주총은 참석자가 황철주 대표를 비롯한 5명의 이사와 감사,변호사 등 20여명에 불과했고 주총은 25분 만에 끝났다. 서울 을지로 삼성화재 건물에서 열린 에스원 주총도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돼 약 30분 만에 종료됐다. 에스원은 사외이사로는 유관희 고려대 교수(신임)와 장재룡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사무총장(중임)을 선임했다.

아모레퍼시픽과 지주회사인 태평양은 각각 같은 장소에서 잇따라 주총을 열고 안건을 무난하게 처리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사외이사로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재선임)와 김동수 듀폰 아시아태평양 고문,이언오 전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를 선임했다. 태평양은 조동철 미래기획위원회 위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조진형/김재후/강현우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