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가 자동차업계의 해외공장 신증설을 원천적으로 막는 '임단협 중앙교섭 요구안'을 산하 노조지부로 시달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현대차 기아차 노조지부는 다음 달 임시 대의원 대회를 열어 상급노조인 금속노조의 요구안을 최종 협상안에 포함시킬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노조지부들이 이 안을 받아들일 경우 해외 진출을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 파고를 넘으려는 자동차업계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19일 금속노조와 현대차 지부 등에 따르면 금속노조는 이날 '2009년 생산비율을 유지하는 내용의 국내외 생산 비율제를 도입하고 이를 위해 노사 동수의 글로벌 전략위원회를 구성한다'는 내용의 올 단체협상 요구안을 소속 자동차 업종 사업장에 발송했다. 현대 · 기아차 노조는 우선 작년 수준의 국내외 생산 비율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작년 전체(309만대)의 48.2%인 149만대를 미국 등 해외에서 생산했다. 올해 176만대를 해외 공장에서 만들어 사상 처음으로 국내외 생산비중을 역전시킬 계획이다.

현대차는 러시아 공장 건설을 진행 중이고 브라질 공장 착공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기아차 역시 최근 미국 조지아 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글로벌 생산능력 확충을 다각도로 고려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또 주야 맞교대의 주간 연속 2교대 전환,원 · 하청 불공정 거래 폐지,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한 성과공유제 도입,자동차 부품산업 발전전망 수립을 위한 노사 공동 위원회 구성 등의 요구도 핵심협상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현대차 지부와 기아차 지부는 다음 달께 임시 대의원 대회를 열 예정이다. 최근 현대차 지부의 이경훈 지부장이 "미국 디트로이트의 폐허화가 미국 공장의 해외이전 때문이었다"고 밝힌 적이 있어 해외공장 증설을 둘러싼 노사간 협상이 쉽지 않음을 예고했다. 자동차업계는 국내외 생산비율제에 대한 후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협상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