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이번 주 환율 협상에 들어가면서 2008년 7월 이후 절상을 멈춘 위안화 환율의 향후 추세가 주목된다. 지난 18일 존 헌츠먼 주중 미국 대사는 위안화 환율과 관련해 향후 몇 주 안에 중요한 협상들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고,같은 날 종산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미 · 중 간 협의하지 못할 주제는 없다며 미국과 환율 문제에 대해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종 부부장은 24일부터 26일까지 미국을 방문,양국 간 무역분쟁 등을 협의한다.

◆위안화 절상 기대감 커져

미국은 버락 오마바 대통령은 물론 여야 의원 가릴 것 없이 위안화 절상 공세에 나서고 있다. 10%에 육박하는 실업률 해소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한 핫이슈로 떠오른 때문이다. 위안화 절상은 지난해 2268억달러에 달한 대중 무역적자를 줄여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중국 경제가 올 1분기 11%가 넘는 성장을 할 것으로 예측되는 등 과열우려를 보이는 것도 위안화 절상 압박의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위안화 절상 압박의 신호탄은 지난 2월 초 오바마 대통령이 "5년간 미국의 수출을 2배로 늘려 2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쏘아 올려졌다. 지난 16일엔 미 민주당과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위안화 절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중국산에 상계관세 부과를 비롯해 강력한 제재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전날 미 하원의원 130명은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및 게리 로크 상무장관 앞으로 서한을 보내 중국 환율정책을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미국 재무부가 의회에 4월15일까지 제출할 환율보고서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라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도 위안화 절상 압력에 가세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자국 수출을 늘리기 위해 다른 나라 통화 절상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위안화는 저평가돼 있지 않다"(원자바오 총리)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위안화 환율정책은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비상조치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철회될 것"이라는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의 지난 6일 발언은 위안화 절상 기대감을 높였다. 발언 직후 역외선물환(NDF)시장에서 3개월과 6개월 만기 위안화 가치가 모두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상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 중인 스트레스 테스트 절상을 앞둔 물밑 작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물가가 급등하자 중국 내부에서도 경기과열과 인플레를 막기 위해 위안화 절상을 단행해야 한다는 주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중국 2월 수출은 전년동기보다 45.7%를 기록,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7%로 금리인상의 잣대로 거론되는 1년 예금금리(연2.25%)를 웃돌았다.

◆위안화 절상 시나리오는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4월15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은 낮다"며 "중국도 미국에 굴복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않기 위해 그 전에 절상에 나설 가능성이 적다"고 말했다. 견조한 수출회복세가 지속되고 물가가 올해 억제 목표치인 3%를 넘어설 때가 위안화 절상 개시 시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HSBC는 절상 개시 시점을 2분기,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3분기로 전망하고 있다. 절상 폭은 향후 1년간 3~5% 오를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

2005년 위안화 절상 때와 같은 시나리오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은행 지급준비율 인상→금리 인상→위안화 절상의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얘기다. 당시엔 최초 지준율 인상에서 위안화 절상까지 22개월이 걸렸다. 국제금융센터는 중국이 올 1월과 2월 두 차례 은행 지준율을 올렸다며 출구전략 차원에서 환율정책의 변화를 고려할 것이라고 시사한 점을 감안하면 위안화 절상까지 걸리는 시간이 5년 전보다 단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절상 방식도 5년 전처럼 하루에 소폭 절상한 뒤 점진적으로 절상을 용인하는 형식을 택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 번에 큰폭의 위안화 절상을 단행하는 것은 중국 수출 기업에 대비할 시간을 주지 못해 실물경제에 충격이 클 것이라는 게 문제다. 점진적인 절상은 위안화 절상을 노린 핫머니 유입으로 인플레를 촉진시킬 것이라는 데 중국의 딜레마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5년 전에도 이같은 딜레마를 갖고 있었다며 때문에 해법도 유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006년 3월 원 총리가 "한 번에 위안화를 절상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공언한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원 총리는 2005년 위안화 절상을 단행 하기 4개월 전 전인대에서 "환율 개혁은 예기치 못한 시점에 이뤄질 것"이라며 절상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번 전인대에선 위안화 절상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위안화 절상 여부가 안갯속에 머물면서 세계 경제의 불투명성이 높아지고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