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회 프로님 점심식사 맛있게 하셨습니까? 딸아이 입학식날 택배가 와서 뜯어보니 김 프로님의 축하편지와 선물이 있더군요. 고맙습니다. 박○○ 프로 배상."

얼마전 제일기획의 한 직원이 김낙회 사장에게 보낸 이메일의 내용이다. 제일기획이 이달 초 모든 직원의 호칭을 프로로 바꾸겠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설마 사장한테까지…"라는 회의적인 생각들이 있었다.

하지만 김 사장이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한 직원의 메일을 보면 실제 직원들이 사장을 프로라고 부르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메일에는 시계와 문구류를 선물받은 직원의 어린 딸이 김 사장에게 직접 쓴 감사의 글도 들어있었다. '사장님 두 손에'라는 편지에는 "축하해준 거 고맙습니다. 그런데 나 초등학교 입학하는거 어떻게 알았어요. 선물 고마워요. 멋져요"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이 편지를 받은 김 사장은 "회사 대표가 직원 자녀들에게 선물을 줬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상하간에 이렇게 격의없이 소통이 잘 된다는 점이 포인트"라며 "이런 과정을 통해 내부 성장동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회사의 중장기 전략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김낙회 사장이 '크런치 타임'이란 이름으로 점심시간을 2시간으로 늘린데 이어 스스로를 '프로'로 지칭하는 모습은 창의와 자율을 중시하는 광고기획사의 특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명함에도 직함 없이 '김낙회 프로'라고 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