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러후드 미국 교통부 장관은 20일 도요타 사태의 후속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올 여름 일본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 중산 부부장(차관)은 오는 24일 미국으로 간다.

미 · 일,미 · 중 간 현안으로 부상한 '도요타 리콜'과 '위안화 절상' 문제의 탈출구를 찾기 위해 3국 고위 수뇌부의 행보가 빨라졌다. 각각 동상이몽의 해법이 자리잡고 있지만 결과는 아직 미지수다. 미국은 대규모 리콜과 집단소송으로 궁지에 몰린 도요타를 더욱 밀어붙여 미국 자동차 업체들을 부활시킨다는 전략이다. 미국과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는 국제 금융계의 패권 다툼과 연결돼 있어 복잡한 양상을 띨 전망이다.

도요타는 미국인들에겐 굴욕적인 존재다. 도요타의 부상은 곧 미국 자동차의 몰락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도요타에 총력 공세를 퍼붓는 것은 단순한 안전 문제가 아니라 미국 자동차산업의 숨통을 터주기 위한 것이다.

러후드 장관도 올 여름 일본 도요타 경영진과 만나 도요타 사태의 후속문제에 관해 협의할 것이라고만 말했을 뿐 구체적인 협의 대상은 거론하지 않았다. 이는 결국 도요타 문제의 핵심인 '브랜드 신뢰 상실'을 계속 이슈 삼아 반사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도요타의 일본 본사 사장이 미국 의회 청문회에까지 참석해 사과하면서 조기 수습 수순을 밟고 있지만 전세가 쉽게 달라지도록 놔두지 않겠다는 속내다.

주목할 만한 것은 러후드 장관이 미국의 고속철도 건설에 일본의 참여를 타진하려 한다는 점이다. 미국에는 고속철도가 없기 때문에 이 분야 기술은 뒤져 있다. 미국 GE가 중국 철도부와 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합작업체 설립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약 35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전국 고속철도 건설계획을 마련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수세에 몰린 도요타를 카드로 사용하면 한국 혹은 중국보다 좋은 조건에서 기술을 습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중산 상무부 부부장(차관)을 24일 4일 일정으로 미국에 급파한다. 미국 의회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한이 다음 달 15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양측이 허심탄회한 협상을 말하고 있지만,양쪽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무엇보다 미국은 대중 무역적자가 중국의 위안화가치 저평가 때문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대중 무역적자가 작년 12월(181억4000만달러)에 비해 183억달러로 늘어나고 대중 수출 규모는 전달에 비해 17.6% 감소한 것으로 발표되자 '저평가 위안화'에 대한 비난 수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위안화가치가 21%나 오른 2005년 7월부터 2008년 8월까지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늘어났다는 점을 들어 반박하고 있다.

천더밍 중국 상무부 부장(장관)은 21일 베이징에서 열린 개발포럼에 참석해 "중국이 3월에 무역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나라의 통화절상이 세계무역 불균형 시정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라며 미국의 위안화 저평가론을 비판했다. 천 부장은 "미국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이를 무역제재로 연결한다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보복을 시사했다.

위안화 문제는 두 나라 모두 단순한 경제논리가 아닌 국가 전략 차원에서 다루고 있어 중 부부장의 방미에서 타협 실마리가 마련될지는 불투명하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