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운동화를 신으면 반들반들한 바닥에서도 쉽게 미끌어지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마찰력이 세서 그래요. "

"맞아요. 다른 말로는 저항이 크다고 하지요. 온도를 아주 낮춰서 저항을 없애면 바로 초전도체가 됩니다. 이런 초전도체를 활용해서 선로 위를 떠서 달리는 자기부상 열차를 만들 수 있답니다. "

"그렇다면 자기부상 열차를 선로 밑으로 달리게 할 수도 있겠네요?"

지난 17일 경기 용인시 마북동 구성초등학교.'현대모비스'란 글자가 선명한 점퍼를 입은 '1일 교사'들이 1층 과학실로 들어서자 학생들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선생님의 가벼운 질문에도 경쟁적으로 답변했고,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나오면 주저없이 손을 들었다. 이날은 현대모비스가 사회공헌활동으로 실시 중인 '주니어 공학교실'이 열리던 날.4~5학년 37명을 대상으로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 연구원들이 1일 교사로 나섰다.

◆교사 1명이 학생 6명씩 전담


교실은 수업시작 전부터 어수선했다. 학생들이 서로 앞자리를 차지하겠다며 자리 쟁탈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결국 가위바위보를 통해 맨 앞에 앉을 학생 4명을 선정했다.

수업 진행은 현대모비스의 임진수 선임연구원(과장)이 맡았다. 연구원 5명은 보조 교사로 나섰다. 학생들에게 자기부상 열차 모형을 직접 만들어 보도록 하고,그 원리를 알도록 하자는 게 수업의 목적이었다. 임 연구원은 먼저 다른 극끼리 서로 끌어 당기는 자석의 원리를 이용한 '흡인식 자기부상 열차'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반발식 열차' 얘기를 꺼내자 즉각 "같은 N극이나 S극끼리 붙여서 서로 밀어내는 원리를 이용한 거 아닌가요?"란 대답이 튀어 나왔다.

모형 열차의 양 측면에 코일로 감은 자석을 보여주면서 그 역할을 묻자 고사리 같은 손 10여 개가 번쩍 올라갔다. "열차가 앞으로 나가도록 밀어주는 역할을 한다" "균형을 잡아주는 일도 한다" 등 정답이 쏟아졌다.

1시간의 이론 수업이 끝나갈 무렵 임 연구원이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자기부상 열차는 기존 열차보다 소음이 작은데 왜 그럴까요?" 학생들은 "자석을 활용해 마찰을 없앴기 때문"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과학 실험 정말 재밌어요"

학생들이 이론 수업 때 들떴던 것은 '실험'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이론 수업이 끝나자 9개의 실험용 책상 위에 플라스틱 선로와 열차,전지 끼우개,소형 모터,프로펠러,고무자석 등 현대모비스가 준비한 재료가 놓여졌다.

학생들은 4개의 고무자석으로 선로를 깔고 열차에 모터를 끼운 후 건전지에 연결했다. 열차 뒤쪽엔 프로펠러를 달아 자기부상 열차가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윤재성군(4학년)은 "평소엔 주로 책을 읽으면서 과학을 공부했는데 직접 실험을 해보니 자기부상 열차가 어떻게 공중에 떠서 가는지 알게 됐다"며 "생각보다 굉장히 쉽고 신기했다"고 말했다. 서은일군(5학년)은 "작년에 주니어 공학교실 수업을 받았던 친구가 추천해서 올해 수업을 신청했다"며 "이전엔 한 번도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열차의 원리를 배우고 나니 무척 재미있었다"고 전했다.

유채원양(5학년)은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는데,이번 수업을 계기로 과학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반드시 꿈을 이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일부 학생들은 "이 같은 과학 실험 수업이 왜 한 달에 한 번밖에 없느냐"며 연구원들에게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방학 땐 연구소 견학도

현대모비스가 '미래 공학도를 육성한다'는 취지로 주니어 공학교실을 연 것은 2005년 봄부터.처음엔 구성초등학교와 같이 용인 기술연구소 인근 학교만을 대상으로 했다. 입소문을 타고 프로그램이 다른 지역에 알려지자 전국의 수많은 초등학교에서 "우리도 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현대모비스는 우선 공장이 있는 충남 천안 및 울산지역 초등학교로 대상 학교를 확대했다.

이 프로그램은 학기가 시작하는 3월부터 11월까지 매달 한 번씩 총 8번 실험 및 실습 위주로 진행한다. 다음 달엔 DNA 구조를 만들며 그 원리를 이해하기,5월엔 반사 망원경 제작하기,6월엔 카메라 작동 원리 알아보기 등의 수업이 예정돼 있다.

젊은 연구원들이 한꺼번에 여러 명씩 수업에 참여하기 때문에 학생들에 대한 수준별 맞춤 지도가 가능하다. 여름방학 때에는 현대모비스 공장이나 연구소로 학생들을 초청해 현장 견학을 실시한다.

현대모비스는 1회 2시간의 수업을 위해 1일 교사로 참여하는 연구원들에게 1주일 전에 교육 내용을 전달한다. 준비를 철저히 한 뒤 학생들의 의문 사항에 제대로 답변해 주라는 취지에서다.

구성초등학교의 과학담당인 김종인 교사는 "매년 공학교실을 열 때마다 신청자가 정원의 두 배를 넘어 과학 및 수학 성적을 토대로 수업에 참여할 학생을 뽑고 있다"며 "현대모비스가 모든 실험 기자재를 무료로 제공하는 데다 실습 위주로 진행하기 때문에 아주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용인=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