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이 예상했던 것보다는 좋지 않아 기업들의 수익기반이 아직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민간 금융정보업체가 어제 12월 결산 유가증권 상장사 581곳의 작년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이 전년보다 1.14% 줄고 영업이익은 0.48% 증가하는데 그쳤다. 순이익은 53.6% 늘었지만, 그 증가분의 76%는 원 · 달러 환율하락에 따른 외화 부채 감소로 추정됐다. 기업들의 경영수지가 본연의 사업 활동보다는 환율변화에 크게 좌우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에 다름아니다.

정부는 올해 수출확대를 기반으로 5% 경제성장을 기대하고 있지만 결코 낙관적이라 할 수 없다. 당장 환율은 달러당 1130원대 수준이고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도 커 더 이상 높은 환율에 따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석유 등 원자재값도 슬금슬금 올라 기업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는 어느 때보다 글로벌 차원의 수출전쟁이 격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미국 오바마 정부가 수출을 두 배로 늘리겠다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일본도 엔화가치 절하를 통한 수출확대에 나설 것임을 거듭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초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우리나라 7대 주력산업 가운데 조선과 석유화학은 중국에 추월 당하기 직전이며, 자동차와 휴대폰 정도만 상대적으로 안정권에 있다고 분석했었다. 기업과 상품 경쟁력 자체의 획기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실적 악화마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인 것이다.

수출을 늘려야 지속경영이 가능한 것이 대다수 우리 기업의 현실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우선적으로 기업 스스로 글로벌 시장의 우위 확보를 위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急先務)다.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품질개선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제품경쟁력 제고,해외시장 여건 악화에 대비한 기업체질 강화에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부 또한 기업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세심하게 살펴 그 걸림돌을 제거하는 데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