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의 판매 신장세가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지난해 불황과 근거리 소비 선호 등으로 SSM에 크게 밀렸던 상황이 완전히 역전된 것이다. 경기회복세와 이마트의 가격인하 효과 등으로 슈퍼마켓보다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대형마트인 이마트는 올 1~2월 누계 매출이 기존점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1% 증가했고 롯데마트도 8.2% 늘어났다. 이마트의 지난해 전체 기존점 매출 증가율이 0.4%,롯데마트가 0.8%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증가세다.

반면 SSM 1~2위 업체인 GS수퍼마켓과 롯데슈퍼 매출은 올 1~2월 각각 0.4%와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매출 증가율은 GS수퍼마켓이 2.5%,롯데슈퍼는 3.0%로 대형마트보다 훨씬 높았다.

두 업태의 매출 증가율이 역전된 것은 대형마트 간 가격전쟁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해마다 4~5% 이상 성장해온 대형마트가 지난해 정체에 빠진 것은 경기침체,시장포화와 함께 가격 · 서비스 경쟁력을 갖춘 SSM의 증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GS수퍼마켓 관계자는 "대형마트들이 삼겹살과 라면 등 가격 민감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출혈경쟁을 벌이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면서 "슈퍼마켓들도 대응에 나섰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대형마트로 이탈했다"고 설명했다. 김민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장은 "경기회복으로 중산층 소비가 늘기 시작한 데다 가격인하 효과와 맞물려 대형마트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형마트의 선전이 지속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근거리 소비와 소량 구매를 선호하는 트렌드는 불황뿐 아니라 1~2인 가족 증가 등 사회 구조적인 변화에 따른 것"이라며 "대형마트가 이벤트성이 아니라 비용절감 등 체질개선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