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제위기 속에서도 국내 상장기업들이 선전했지만 업종별 체감온도는 큰 차이가 났다. 글로벌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삼성전자 현대차 등 IT(정보기술) · 자동차 업종은 '승자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린 반면,포스코 SK에너지 등 철강 · 정유업종은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지난해 전체 상장사의 매출 · 영업이익이 제자리걸음인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원화강세에 따른 외화부채 감소와 지분법 이익 등 영업 외적인 요인에 힘입어 순이익은 80%나 급증했다. 또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KIKO) 피해로 지난해 10년 만에 순손실을 냈던 코스닥 기업들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IT · 자동차 이익 성장세 두각

2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12월 결산법인 581개사의 작년 순이익은 48조8777억원으로 전년 대비 53.62% 증가했다. 매출은 1.14% 줄어든 910조7854억원,영업이익은 0.48% 늘어난 57조8985억원으로 2008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순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은 비경상 이익이 대폭 증가한 덕분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 상장사의 순익 증가분 17조원 가운데 약 13조원은 외화부채평가액 감소 등 외환 관련 이익으로 추정됐다.

자회사 실적 호조로 지분법 이익도 늘어 순이익에 기여했다. 현대차의 경우 2008년 210억원에 그쳤던 지분법 이익이 지난해 중국과 인도 공장의 실적호조로 1조3370억원까지 증가한 덕분에 순이익이 104%나 늘었다. LG전자도 외환손익이 개선되고 지분법 이익이 늘어나 순익증가율이 325%에 달했다.

업종별 영업이익은 IT가 전년 대비 80.50% 증가해 단연 돋보였다. 자동차 등이 포함된 경기소비재는 24.81%, 필수소비재는 21.66% 늘어나는 등 소비재 업종의 이익 증가폭도 컸다. 반면 에너지는 영업이익이 51%나 급감했고 철강 화학 등 소재(-26.21%)와 건설 중공업 등 산업재(-21.38%)는 부진했다. 금융업종도 영업이익이 13%가량 줄었다.

10대 그룹 중에서는 계열사들이 대거 흑자전환에 성공한 GS가 영업이익 증가율 133.39%로 가장 높았다. 롯데(91.83%) 삼성(43.55%) LG(22.46%) 등도 실적이 개선됐다. 현대차그룹은 순이익 증가율이 109%에 달했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구조조정 속에 영업적자로 돌아섰고 순손실액도 전년 대비 3조7000억원 이상 늘었다.

◆코스닥기업 흑자전환

2008년에 영업이익을 내고도 키코 손실로 적자를 냈던 코스닥 기업들은 지난해 1조5698억원 순이익을 올리며 되살아났다. 코스닥 900개사의 지난해 매출은 78조5794억원으로 전년 대비 5.12%,영업이익은 3조6163억원으로 3.76% 각각 증가했다.

업체별로는 CJ오쇼핑(1023억원) GS홈쇼핑(991억원) 등 홈쇼핑주들이 영업이익 1,2위를 차지했다. 메가스터디(847억원) KH바텍(771억원)이 뒤를 이었고 네오위즈게임즈(767억원) 위메이드(592억원) 등 게임주들도 최상위권에 올랐다.

태산LCD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85억원에 그쳤지만 키코 손실에 따른 채무를 출자전환하면서 채무조정액이 반영돼 순이익은 3892억원으로 코스닥 기업 중 가장 컸다. 인터파크도 영업손실을 냈지만 자회사 G마켓 매각이익 등으로 2751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2008년 영업손실에서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전환한 곳은 114개사,순이익에서 흑자전환한 곳은 159개사로 집계됐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IT 자동차 등의 수요증가로 지난해 2분기 이후 실적이 빠르게 개선됐다"며 "영업 외 수익으로 순익 증가율이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