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오 노조는 노사갈등을 겪으면서 회사 측에 한번도 져 본적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노조가입 대상이 아닌 경비원들의 외주화에 반대하면서도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겁니다. 노조는 이 회사가 생긴 이래 23년간 이기는 데만 익숙해졌던 것이죠.하지만 이번엔 회사가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

노조의 파업에 직장폐쇄로 맞서고 있는 강기봉 발레오 대표이사는 지난 19일 경주 용강공단 내 발레오 공장을 찾아간 기자에게 "노조권력이 사용자를 착취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3월 부임한 강 사장은 "노조파업과 관련해선 언론사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처음 응했다"며 "이제는 말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한국경제신문의 인터뷰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중간 응어리진 마음과 화를 달래려는 듯 사장실 밖에 나가 숨을 고르고 들어오기도 했다. 당초 30분간 약속했던 인터뷰는 1시간30분가량 길어졌다.

강 사장은 "노조원들이 계속 생산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계속 버티기는 쉽지 않지만 이번에는 끝까지 버텨 노조의 버릇을 고쳐놓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사분규 이후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는 강 사장은 "노조의 권력이 세다보니 단체협약은 당연히 노조에 유리한 방향으로 만들어졌다"며 "노조는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노조의 전투성에 혀를 내둘렀다. "제가 오기 전 프랑스인 사장이 있었는데 우리 노조의 전투성에 두손을 다든 뒤 한국사장이 오면 사정이 나아질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경영환경에서 누가 투자를 지속하겠느냐는 말도 했다. 회사가 문을 닫으면 결국 직원들이 길밖에 나앉는 것 아니냐고 흥분했다.

지금 발레오에는 조합원 618명 중 500여명이 회사 밖에서 투쟁을 벌이고 있지만 생산라인은 큰 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비노조원과 일부 노조원 등을 합해 380명이 라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강 사장은 "어떻게 된 일인지 생산활동에 참여하는 인원이 더 적은데도 불량률이 줄고 생산실적은 20%나 늘었다"고 말했다.

강 사장은 "이렇게 된 데는 오지랖 넓게 노동운동에 참견하는 정치인들의 책임도 크다. 단위기업 노사문제에 정치인들은 이제 그만 참견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 팀장급 50여명도 강 사장과 함께 회사에서 밤을 지샌다.

"경주가 포항과 울산 사이에 끼어 있어서 상징적인 노동운동의 도시가 됐다"는 그는 "특히 경주는 남자도 계(契)를 조직할 정도로 서로 연대의식이 강하다. 노조의 연대투쟁도 이런 지역적 특색을 닮은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금속노조 경주지부는 발레오 사태 이후 파업을 결의하고 연대투쟁을 벌여왔다.

그래서인지 강 사장은 "산별노조가 확대되면 우리경제는 망할 수밖에 없다"며 "노사협상 대상이 아닌 문제에,그것도 다른 회사 노조들이 개입하는 것을 보면 산별노조체제가 우리나라 노동운동 현실에서는 전혀 맞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