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산수유 짙은香…꽃터널 따라 봄빛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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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로 떠나는 상큼한 봄 마중
꽃샘추위가 차갑기는 하지만 수런수런 번지는 봄기운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지리산 남쪽 자락에는 이미 노란 꽃구름이 활짝 피었다. 물감을 풀어 확 뿌린 듯 가지 위의 노랑 꽃 무리에 가득 내린 봄기운이 찬란하다. 광양 섬진마을의 매화단지,하동 쌍계사 벚꽃길과 함께 섬진강 일대의 새봄 꽃여행 종합선물세트를 이루는 구례 산동면의 산수유 말이다.
Take1 봄기운 따스한 노랑 꽃구름
구례 산동면은 국내 최대의 산수유 군락지다. 전국 산수유 생산량의 73%가 산동면에서 난다. 수확면적으로는 84%에 해당한다. 산동면의 산수유는 중국 산둥성과 관계가 깊다.
우선 산동(山洞)이나 산둥(山東)이나 산수유 주산지란 공통점이 있다. 두 지역의 산수유 나무는 핏줄 또한 같다고 한다. 산둥성의 한 처녀가 1000여년 전 산동으로 시집을 올 때 가져온 묘목을 심었다는 전설이 전하는 것.
남원에서 19번 국도를 타고 밤재터널을 지나 오른편에 보이는 계척마을에 우리나라에서 처음 심은 것으로 여겨지는 산수유 나무가 있다. 산동이란 지명이 산둥에서 비롯됐다고 여기는 이유가 달리 있는 게 아니다.
산수유 꽃색이 좋은 곳은 반곡마을이다. 대음교 나무다리 아래로 흐르는 널찍한 계류 양옆이 샛노랗게 물들어 있다. 계류 위로 뻗은 가지의 노랑 꽃 무리를 반영하는 물도 따스한 봄기운에 흠뻑 취해 흔들리는 듯하다. 계류 옆 길가의 돌담에 낀 이끼는 이곳이 깊고 척박한 산간마을임을 알려주는데,군데군데 산수유에 파묻힌 지붕은 꽃이불을 덮고 잠자는 아이의 편안한 표정을 연상시킨다. 고개를 들면 하얀 뭉게구름이 파란 하늘을 더욱 강조해주며,멀리 잔설이 보이는 지리산은 모든 것을 품어 안을 듯 넉넉한 표정을 짓고 있다. 현천마을의 산수유 풍경 또한 무척 평온하다. 살림집 옆에 텃밭이 딸려 있고 그 너머로 군락을 이루고 있는 산수유 풍경이 남다르다.
만복대 아랫자락의 상위마을은 산동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상위마을의 산수유 풍경 또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로 예쁘다. '사랑길'로도 불리는 좁은 돌담길이 특히 좋다. 이제 막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의 필수코스이기도 하다. 상위교에서 복래민박 간판이 보이는 계곡길을 거슬러 오르다보면 돌집민박을 왼쪽으로 끼고 도는 돌담길이 나온다. 머리 위로 산수유 나뭇가지가 터널을 이루는 돌담길은 어찌나 좁은지,서로 살을 맞대지 않고서는 나란히 걸을 수 없을 정도다.
Take2 바다벼랑에 걸린 암자
설령 다툰 뒤라도 살을 맞대고 걷다 보면 서운한 감정은 눈 녹듯 녹아내리는 게 애정사의 이치.돌담길이 그리 길어야 할 필요도 없다.
돌집민박 쪽 돌담길에서 큰길을 따라 내려가면 우정민막 뒤로 산수유쉼터까지 이어지는 또 하나의 돌담길이 나온다. 산수유 꽃터널은 똑같은데 폭이 약간 넓어 넉넉하다.
지대가 높은 상위마을 일대의 산수유 꽃도 활짝 피었다.
산수유는 세 번 핀 상태여야 만개했다고 본다. 먼저 꽃망울이 벌어지면 30~40개의 작은 속꽃이 열리며,속꽃 하나하나가 다시 터지면서 드러난 꽃술 끝이 불꽃놀이처럼 한 번 더 터지는 것이다.
지금은 꽃망울만 열린 상태.예상 밖의 꽃샘추위에 잔뜩 움츠리고 있던 산수유 꽃망울이 지난 주말 한꺼번에 터져버린 것.
예년과 달리 개화가 늦은 광양 섬진마을 매화의 만개시기도 겹쳐 산수유를 보고 매화도 즐기는 일석이조의 꽃나들이길을 짤 수 있겠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문척면 죽마리에 있는 사성암을 찾아보자.토지면에서 보면 자라 형상을 하고 있다는 오산(513m) 정상의 암자다. 원래 산의 이름을 따 오산암이라고 불렸는데 의상대사,원효대사,도선국사,진각선사 등 법력이 높은 4명의 고승이 수도했다고 해서 사성암으로 부른다. 원효대사가 선정에 들어 손톱으로 새겼다는 마애여래약사불을 볼 수 있다. 약사전과 산신각 쪽에서 내려다보는 섬진강과 구례 일대 풍경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최근 드라마 '추노' 촬영장으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화엄사도 빼놓을 수 없다. 지리산 8대 사찰 중 가장 큰 사찰이다. 우리나라 현존 최대 목조건물인 각황전,각황전 앞 석등,4사자3층석탑,영산회괘불탱 등 많은 문화재를 볼 수 있다.
구례=글/사진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 여행TIP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완주~17번국도~남원~19번국도~밤재터널~구례.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구례행 시외버스가 하루 7회 다닌다. 3시간30분 걸린다. 용산역에서 구례구역으로 가는 기차를 탈 수 있다.
지리산온천지구에 지리산송원리조트(061-780-8000),지리산가족호텔(061-783-8100) 등 숙박업소가 밀집해 있다. 화엄사계곡에는 한화리조트지리산(061-782-2171)이 있다. 마산면의 쌍산재(011-635-7115,www.ssangsanje.com),토지면의 곡전재(019-625-8444,www.gokjeonjae.com)는 한옥체험 명소다.
구례 섬진강가에서는 참게탕을 맛봐야 한다. 천수식당(061-782-7738)의 섬진강 전망이 좋다. 참게탕 4인분 중자 4만원.참게·민물새우·시래기를 넣고 끓인다. 메기를 넣는 메기탕은 참게탕보다 1만원 싸다. 참게는 거의 전부가 중국산이라고 보면 된다.
토지면의 청보리밥(061-781-6532)은 깔끔한 밑반찬과 청국장이 일품이다. 구례군청 문화관광과 (061)780-2450,www.gurye.go.kr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