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전기요금,흐릿한 화질,맵시 없이 두꺼운 테두리 디자인….

최근 5~6년 동안 벌어졌던 LCD(액정표시장치)와 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 TV의 한판 승부에서 PDP 진영이 패배한 이유들이다. 저렴한 가격만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게 업계의 중평이다.

한때 PDP는 LCD 제품에 밀려 금세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을 만큼 코너에 몰렸다.

하지만 PDP 진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품질을 업그레이드하며 진화를 거듭,가격 대비 효용이 뛰어난 제품으로 발돋움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 덕분에 전체 TV시장에서 PDP TV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6%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2010년형 신제품 업그레이드

삼성전자가 최근 선보인 2010년형 신제품을 살펴보면 PDP TV의 진화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회사는 마케팅에 쓸 신제품의 별칭을 '하이브리드 TV'로 정했다. 또렷한 화질,낮은 전력소모량 등 LCD 제품의 장점을 두루 갖춘 PDP TV라는 의미다.

신제품의 특징은 '클리어 패널'이다. 화면 전면에 부착했던 유리막을 없애 상이 두 겹으로 맺히는 PDP 제품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했다. 전력소모는 미세입자를 다루는 기술인 '나노 크리스털' 기술로 잡았다. 42인치 PDP TV 표준소비전력량(단위 시청 시간을 기준으로 측정한 실제 전력소모량)은 40인치 LCD TV와 똑같다. 가격은 기존 PDP TV와 엇비슷하다. 50인치 4시리즈 제품은 160만원,5시리즈 제품은 190만원이다. 42인치로 화면 크기를 낮추면 가격이 120만원까지 떨어진다.

회사 관계자는 "PDP TV의 장점인 자연스러운 화질에 LCD TV의 장점인 선명한 화질과 낮은 전력소모량을 더했다"며 "USB에 저장된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고 디지털카메라,캠코더 등 다른 전자 제품과의 DLNA(홈네트워크 기술) 연결성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LCD야,PDP야?…외관 식별 어려워

LG전자의 신제품 '스키니 PDP TV'는 디자인 부문의 진화를 보여준다. 이 제품의 테두리 두께는 500원짜리 동전의 지름보다 얇은 25㎜에 불과하다. 테두리 두께가 줄어들면 화면이 더 커 보이고 시청 때 영상 몰입도가 높아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신제품은 207만 화소의 영상을 표현하는 풀HD급(초고화질)이다. 기존 HD급(104만 화소) 제품에 비해 2배 가량 영상이 선명하다. 대사를 더 또렷하게 전달해 주는 '클리어 보이스',주변 조명 변화를 감지해 TV 밝기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아이 케어 센서' 등의 기능도 갖추고 있다. 동영상 파일 재생 기능을 내장, 외장하드나 USB 메모리 같은 저장매체를 TV에 꽂기만 하면 영화 UCC 등을 볼 수 있다. 가격은 60인치 380만원,50인치 170만원.

◆PDP TV 수요 줄지 않아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된 PDP TV는 1391만5800대였다. 올해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5%가량 많은 1461만대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PDP TV의 가격은 LCD나 LED TV에 비해 최대 절반 가량 저렴하다"며 "가격 대비 품질을 높이 평가한 중산층 소비자들이 PDP를 꾸준히 구매하고 있는 만큼 향후 3~4년간은 6%대 점유율을 무난히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월드컵 등 스포츠 행사들이 집중적으로 열린다는 점도 PDP 진영에는 호재라는 분석이다. PDP는 초당 600장의 화면을 구현,스포츠 중계와 같은 빠른 영상에 강하다. 이 때문에 스포츠 마니아들은 LCD보다 PDP를 선호한다. LCD나 LED(발광다이오드) TV는 초당 구현할 수 있는 화면이 120~240장에 불과하다.

LG전자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얼마나 빨리 변하는가에 따라 PDP 진영의 운명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PDP를 '전기 먹는 하마'로 여기는 소비자들에게 신제품의 진화된 모습을 집중적으로 알리는 데 마케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