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제품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하이브리드 디카는 흔히 '똑딱이'로 불리는 콤팩트 카메라와 DSLR(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의 중간 성격을 지닌 제품이다.

기존 DSLR 카메라처럼 렌즈를 교환할 수 있고 수동 촬영 등 다양한 연출이 가능한 게 장점이다. 성능은 DSLR 카메라와 비슷하면서도 크기와 무게를 크게 줄여 휴대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올림푸스는 지난해 7월 하이브리드 디카 '펜(PEN)'을 내놓으며 국내 시장을 개척한 데 이어 최근엔 후속 모델 '펜 E-PL1'으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파나소닉이,올해 초에는 삼성전자 등이 하이브리드 디카 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성 NX10,새로운 다크호스로

삼성디지털이미징이 지난 1월 선보인 하이브리드 디카 'NX10'은 최근 하루 판매량 1000대 안팎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제품은 두께와 무게가 각각 3.9㎝,353g으로 기존 제품에 비해 40% 이상 줄어든 게 장점이다. DSLR 카메라의 필수 부품이었던 '미러(거울)'와 '프리즘'을 떼내는 대신 전자식 이미지 센서로 교체해 부피를 줄였다.

1460만 화소로 초당 3장('버스트 모드'는 초당 30장)의 고속 촬영이 가능하며 고화질(HD) 동영상도 찍을 수 있다. 3인치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화면도 장착했다. 가격은 본체와 기본렌즈(18~55㎜) 세트가 89만9000원,본체와 단렌즈(30㎜) 세트는 99만9000원이다.

올림푸스의 신형 하이브리드 디카 '펜 E-PL1'도 최근 홈쇼핑 등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12일 롯데홈쇼핑을 통해 첫 판매를 개시할 때는 방송 70분 만에 700대가 팔려나갔다. 이 제품은 부피와 무게를 줄여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격은 14~42㎜ 전용 렌즈와 메모리 카드 등을 포함해 82만9000원이다. 회사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디카의 대중화를 이끌 제품"이라며 "평일 저녁에 방송한 홈쇼핑에서 700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이브리드'에 속속 뛰어드는 업체들

2008년 하이브리드 디카 '루믹스 G1'을 업계 최초로 선보인 파나소닉은 지난해 12월 1300만 화소 하이브리드 디카 '루믹스 GF1'을 내놓으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GF1의 특징은 '소형화'다. 본체 무게가 285g으로 국내 출시된 하이브리드 디카 가운데 가장 가볍다. 고급 렌즈로 호평받는 '라이카(Leica)' 렌즈를 사용한 것도 GF1의 강점이다.

이 회사는 오는 5월엔 '터치 셔터' 기능을 갖춘 신제품으로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노운하 파나소닉코리아 사장은 "새로운 기능으로 무장한 하이브리드 디카 '루믹스 G2'를 선보일 것"이라며 "렌즈교환식 카메라 가운데 세계 최초로 화면을 터치하면서 편리하게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루믹스 G2는 피사체에 따라 자동으로 초점을 맞출 수 있으며 고화질 동영상 촬영도 가능하다. 돌비 디지털 기술을 담아 고음질로 녹음도 할 수 있다. 1310만 화소 카메라로 본체 무게는 371g이다. 파나소닉코리아는 국내 하이브리드 디카 시장에서 20~50%의 점유율을 올린다는 계획도 세웠다.

소니는 최근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린 영상기기 전시회 'PMA 2010'에서 하이브리드 디카 '넥스(NEX)'를 공개했다. 아직 국내 출시 일정은 잡혀 있지 않지만 곧 한국에서도 관련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업계에서 전망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디카 가격도 떨어질 것"

캐논과 니콘을 제외한 대부분의 카메라 업체들이 하이브리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는 "세계 하이브리드 디카 시장은 2008년 25만대에서 2012년엔 1200만대까지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품 가격도 갈수록 하락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출시된 대부분의 하이브리드 디카 가격은 렌즈를 제외한 본체만 80만~90만원대였다. 하지만 삼성은 NX10을 내놓으며 본체와 렌즈 세트를 합쳐 80만~90만원대로 가격을 책정하고,올림푸스도 80만원대에 제품을 내놓는 등 갈수록 저가형 제품들이 늘고 있다.

글로벌 회사들 간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체들은 국내 하이브리드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경쟁적으로 밝히고 있다. 박상진 삼성디지털이미징 사장은 "국내 신개념 카메라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