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중화전 앞에 두껑 없이 서 있던 한 쌍의 향로 중 하나가 100여년 만에 제 짝을 찾았다.
국립고궁박물관은 21일 “각 궁능에 있던 유물을 박물관으로 옮겨 실사하는 과정에서 이 향로 뚜껑을 찾았으며 향로의 조각 수법과 옛 사진 등 여러 가지 정황으로 봐 덕수궁의 향로 뚜껑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덕수궁 중화전에 다리가 셋 달린 청동 정형향로(鼎形香爐)가 등장한 것은 1904년 화재로 소실된 중화전이 이듬해 8월 단층으로 중건될 때였다.이 고정식 대형 향로는 조선시대 법궁인 경복궁과 대한제국의 법궁인 덕수궁에만 설치한 것으로,1910년대의 사진에 향로 뚜껑이 있는 것으로 봐 그 이후에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자료를 보면 경복궁의 향로 뚜껑에 표현된 용의 얼굴은 갸름한 형태인데 비해 덕수궁 향로에 표현된 용의 얼굴은 하단부가 넓고 통통한 분위기이다.
덕수궁 향로는 다리·몸체·귀로 된 하부와 두껑으로 이뤄져 있다.다리에는 동물 머리가 새겨져 있고,발톱은 비늘로 처리돼 있으며 몸통의 윗부분에는 연판문,아랫부분에는 물결과 파도문,사각형 귀에는 봉황을 새겼다.
향로 뚜껑은 용의 얼굴이 섬세하게 조각된 꼭지(손잡이) 부분과 용의 몸통으로 휘감아 투조한 몸체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향을 피우면 용의 입과 몸체 뚜껑의 구멍 사이로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면서 마치 용이 구름 위에 날고 있는 것과 같은 엄숙함을 자아낸다.
고궁박물관은 “왕실의 향로는 왕실의 위엄과 권위를 시각적으로 가장 잘 전달하는 매체이며 특히 왕의 상징인 용을 장식한 용향로는 다른 어느 향로보다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며 “이번에 찾은 향로 두껑에 대한 조사·연구를 바탕으로 중화전 향로의 제 짝을 모두 찾아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