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데뷔한 곽한구(28)는 장래가 촉망되는 개그맨이었다. 지난해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독한것들‘이라는 코너로 인기를 끌 때만 해도 그랬다. 그러다가 지난해 6월 16일 경찰에 입건됐다. 경기도 안산시 자택 인근 한 자동차 정비소에서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의 고급 스포츠카 ’CL600'을 보고는 열쇠를 훔쳐내 이튿날 새벽 이 차를 몰고 달아났다 붙잡힌 것이다.

당시 곽한구가 훔쳤던 벤츠 CL600은 1999년에 최초 모델이 출시된 후 2006년에 단종된 문짝 2개가 달린 스포츠 쿠페다. 5500cc 12기통 트윈터보 엔진을 달아 최대출력 493마력, 최고토크 81.5kg.m의 동력성능을 발휘하는 고성능차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8초에 불과하다. 최고속도는 안전제한이 걸려 시속 250km까지지만 성능테스트에서는 시속 300km를 거뜬히 넘기기도 했다.

이 차는 벤츠의 최고급 라인업인 ‘S클래스’의 플랫폼(차체 뼈대)을 기반으로 개발했다. 국내에서는 2005년까지 수입·판매됐으며 당시 국내 판매가격은 2억6690만원에 달했다. 현재는 새 차는 판매되고 않고 있으며 모델 체인지에 따라 한 등급 낮은 CL 63이 2억원대 초반에 팔리고 있다.

곽한구는 당시 절도로 불구속 기소돼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0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집행유예기간을 불과 한 달 남긴 지난 20일, 곽한구는 또다시 입건됐다. 이번에도 비슷했다. 집 근처 중고차 매매센터에 전시된 미국산 지프차량 ‘허머H3'에 열쇠가 꽂혀있는 것을 보고 이 차를 자신의 집까지 몰고 간 후 하루 만에 붙잡혔다.

이번에 훔친 차는 벤츠와는 판이하게 다른 성향이다. 허머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산하 브랜드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지프 등 오프로드용 차량을 주로 내놓는 브랜드다.허머의 제작회사인 방위산업체 AM제네럴은 1999년 허머의 상표권과 판매권을 GM에 넘겨주고 자신들은 생산만 맡고 있다. GM은 판매 부진으로 허머 브랜드를 중국 업체에 매각하려 했으나 무산돼 현재는 브랜드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곽한구가 훔친 허머H3는 지난 2005년 출시됐다. 3700cc급 직렬 5기통 엔진을 탑재한 상시 4륜구동(AWD) 방식의 차로 최고출력 242마력, 최대토크 34.1kg.m의 동력성능을 낸다. 거대한 차체가 특징으로, 미국의 군용차량인 험비(HMMV)의 '소형 민간인 버전'이다.

허머는 국내 공식 수입원이 없다. 현재 국내에서 운행 중인 허머 차량의 대부분은 개별적으로 수입됐거나 외국에서 이삿짐 형태로 반입된 차량이다. 국내 중고 시세는 2006년형 기준으로 3000만원대 중후반이다.

곽한구는 경찰 진술에서 “그냥 한 번 타 보고 싶어 나도 모르게 차를 몰고 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에 대한 뚜렷한 기준 없이 보안이 허술한 틈을 타 무차별적으로 차를 훔친 것이다. 경찰은 '집행유예 중 같은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나쁘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수원지방법원은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21일 이를 기각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