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뉴스] 헐리우드 영화로 본 '곽한구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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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보기 : '벤츠'에서 '허머'까지…곽한구가 훔친 차들 살펴보니
사건을 지켜보다가 문득 떠오르는 헐리우드 영화 한 편이 있었습니다. 1974년 원작을 2000년 리메이크한, 니콜라스 케이지와 안젤리나 졸리가 등장하는 영화 ‘식스티 세컨즈(원제 Gone in 60 Seconds)’입니다.
영화 제목처럼 극중 주인공 랜덜 '멤피스' 레인즈(니콜라스 케이지 분)은 어떤 자동차든 60초 안에 훔쳐낼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입니다. 자신의 과오를 깨달은 후 깨끗이 손을 씻지만 철없는 동생은 자신의 뒤를 이어 고급차 절도행각에 나서게 됩니다. 그러다 결국 일이 터집니다. 동생을 고용한 범죄조직은 순탄치 못한 ‘실적’ 탓에 형 랜덜을 협박합니다. ‘동생을 살리고 싶거든 72시간 동안 50종의 서로 다른 스포츠카를 훔쳐오라’는 겁니다.
랜덜은 결국 다시 절도에 나섭니다. 죄책감에 괴로워 하는 모습과 동시에 예전에 느꼈던 알 수 없는 희열도 엿보입니다. 특히 ‘현직 시절’ 결국 훔쳐내지 못했던 1967년형 머스탱 쉘비는 미련이 남았습니다. 랜덜은 옛 조직원들을 다시 모아 포르쉐, 벤츠 등 고급차들을 훔치기 시작합니다. 순식간에 차를 훔쳐내는 솜씨가 입이 벌어질 만큼 굉장합니다. 영화 마지막부분의 자동차 추격신은 그야말로 압권이죠. 헐리우드 영화인만큼 ‘권선징악’보다는 머리를 텅 비우고 즐길 수 있는 연출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자동차 절도가 주된 내용인 게임도 있습니다. 미국 락스타게임즈(Rockstar Games)가 발매한 '그랜드 데프트 오토(Grand Theft Auto, GTA)'라는 게임인데요.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을 묘사해 유해성 논란이 있었지만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는 '문제작'입니다. 각종 파생시리즈를 비롯, 본편만 4편까지 출시된 이 게임 속 주인공은 마음에 드는 차가 있으면 막무가내로 훔쳐 타고 도로를 질주합니다. 그러다 걸리면 경찰의 맹렬한 추격을 받고, 달아나지 못하면 수갑을 차게 됩니다.
영화는 영화로, 게임은 게임으로 끝났어야 했건만 ‘곽한구 사건’을 보며 ‘도대체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해 6월 벤츠의 고급 스포츠카 CL600을 훔쳐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0개월을 받은 상태였는데 집행유예기간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이번엔 허머 H3를 훔쳤습니다. “그냥 타 보고 싶어서 우발적으로 저질렀다”는 해명인데 석연치 않습니다.
워싱턴포스트의 스티븐 헌터 기자는 영화 식스티세컨즈를 가리켜 "비현실적인 세계를 다루고 있다"고 평했습니다. 막무가내로 차를 훔치는 건 영화 속에서 수십 대의 차가 다리 위를 날아다니는 것처럼 현실과는 동떨어진 행동이 아닐까요. 영화 속 주인공처럼 재빠르게 차를 훔쳐내던 곽한구는 결국 게임 속 주인공처럼 수갑을 차게 됐습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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