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무협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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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꼬박 새워가며 읽는 탓에 다음날 일상을 망치기 십상이다. 하룻밤에 서너 권은 보통이고 10여권씩 독파하기도 한다. 다소 엉성한 구성과 천편일률적 내용,치밀하지 못한 묘사 등으로 비판을 받지만 만만치 않은 수의 마니아를 확보하고 있다. 동양적 액션 판타지,무협소설 얘기다.
무협소설은 무(武) 협(俠) 기(奇) 정(情)을 기조로 하는 '장르문학'으로 그 기원은 중국 당나라의 전기소설이란 게 정설이다. 홍콩의 무협 소설가 김용(金庸)도 당나라 '규염객전'을 무협소설의 시작으로 본다. 우리나라에는 1961년 김광주가 대만 작가 위지문의 '검해고홍'을 번역한 '정협전'이 신문에 연재되면서 현대적 무협소설이 시작됐다고 한다. 하지만 1930년대 연재된 '중국외파무협전'이 첫 중국식 무협소설이고,윤백남의 '대도전'을 한국식 무협소설의 효시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진원 '한국무협소설사')
대다수 무협소설의 내용은 황당하다. 몸을 가볍게 한다는 경공술(輕功術)만 해도 그렇다. 풀 위를 날아다니는 초상비(草上飛),눈을 밟아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 답설무흔(踏雪無痕),물 위로 달리는 등평도수(登萍渡水) 등을 거쳐 능공허도(凌空虛渡)의 경지에 이르면 공중을 자유자재로 떠다닌다는 식이다. 무협소설이 독자를 끌어들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혹독한 수련으로 터득한 절정의 무술로 사악한 무리를 응징하는 협객들의 활약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때문이다. 영웅이 없는 시대,비리와 불합리로 얼룩진 세상을 단숨에 정화하는 것을 보고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무협소설이 문화 콘텐츠의 꽃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단순 대중소설이 아니라 흥미로운 얘기에 시대상까지 녹여내 게임은 물론 드라마 만화 영화 등으로 쓰임새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야설록 검궁인 초우 등 한국 무협작가가 등장해 독자적 영역을 개척하는 데 따른 현상이다. 인터넷을 통한 작품 발표의 길이 열려 있어 새로운 작가들이 계속 생기고 있다.
순수문학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무협소설에 허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대신 우리 문화산업계에 턱없이 부족한 스토리가 풍부하다. 활용하기에 따라선 얼마든지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여건이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힘도 마이클 클레이튼,존 그리샴,스티븐 킹 같은 작가들의 소설에서 나온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한국 무협소설이 문화산업을 키우는 기반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무협소설은 무(武) 협(俠) 기(奇) 정(情)을 기조로 하는 '장르문학'으로 그 기원은 중국 당나라의 전기소설이란 게 정설이다. 홍콩의 무협 소설가 김용(金庸)도 당나라 '규염객전'을 무협소설의 시작으로 본다. 우리나라에는 1961년 김광주가 대만 작가 위지문의 '검해고홍'을 번역한 '정협전'이 신문에 연재되면서 현대적 무협소설이 시작됐다고 한다. 하지만 1930년대 연재된 '중국외파무협전'이 첫 중국식 무협소설이고,윤백남의 '대도전'을 한국식 무협소설의 효시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진원 '한국무협소설사')
대다수 무협소설의 내용은 황당하다. 몸을 가볍게 한다는 경공술(輕功術)만 해도 그렇다. 풀 위를 날아다니는 초상비(草上飛),눈을 밟아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 답설무흔(踏雪無痕),물 위로 달리는 등평도수(登萍渡水) 등을 거쳐 능공허도(凌空虛渡)의 경지에 이르면 공중을 자유자재로 떠다닌다는 식이다. 무협소설이 독자를 끌어들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혹독한 수련으로 터득한 절정의 무술로 사악한 무리를 응징하는 협객들의 활약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때문이다. 영웅이 없는 시대,비리와 불합리로 얼룩진 세상을 단숨에 정화하는 것을 보고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무협소설이 문화 콘텐츠의 꽃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단순 대중소설이 아니라 흥미로운 얘기에 시대상까지 녹여내 게임은 물론 드라마 만화 영화 등으로 쓰임새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야설록 검궁인 초우 등 한국 무협작가가 등장해 독자적 영역을 개척하는 데 따른 현상이다. 인터넷을 통한 작품 발표의 길이 열려 있어 새로운 작가들이 계속 생기고 있다.
순수문학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무협소설에 허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대신 우리 문화산업계에 턱없이 부족한 스토리가 풍부하다. 활용하기에 따라선 얼마든지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여건이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힘도 마이클 클레이튼,존 그리샴,스티븐 킹 같은 작가들의 소설에서 나온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한국 무협소설이 문화산업을 키우는 기반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