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저조한 성과를 보였던 인사이트펀드를 독려하며 1년 만에 본 궤도로 올려놓은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이 한 달 전부터 국내 주식형펀드를 직접 챙기고 나섰다.

해외 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과가 저조한 국내 펀드 때문에 대표 운용사로서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구 사장이 직접 관여한 이후 펀드 성과가 살아날 조짐이어서 국내 주식형펀드의 40%를 차지하는 미래에셋 펀드 투자자들이 환매를 멈출지 주목된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구재상 미래에셋운용 사장은 지난달부터 미래에셋의 국내 주식형펀드 운용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구 사장이 지난달부터 위원장을 맡고 있는 투자전략위원회를 수시로 열고 스터디 형식의 토론회도 직접 참가하고 있다"며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에게 국내 기업 탐방을 적극 독려하는 등 펀드 성과 챙기기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 사장의 이 같은 행보는 미래에셋의 펀드 수익률 부진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미래에셋의 국내 주식형펀드(공모)는 지난 주말 기준 28조775억원으로 전체 펀드(71조5939억원)의 39.2%에 달한다. 국내 주식형펀드에 가입한 10명 중 4명은 미래에셋의 국내 주식형펀드에 투자했다는 얘기다.

미래에셋의 국내 주식형펀드들은 지난 1년간 평균수익률이 40.97%로 전체 평균 수익률(44.26%)에 못 미쳤고,53개 운용사 중 41위에 그쳤다.

특히 투자금이 1조원 이상 몰린 17개 초대형 펀드 가운데 12개가 미래에셋 펀드인데,이 중 4개는 수익률이 최하위권이고 올 들어 성과도 전체 운용사 가운데 꼴찌다.

이에 따라 1년 전 34조원에 달했던 미래에셋의 국내 주식형펀드 규모는 올 들어 30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투자자들이 6조원 가까이 환매해 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구 사장이 국내 주식형펀드를 직접 챙기고 나선 이후부터 미래에셋의 성과도 서서히 살아나는 분위기다. 최근 한 달간 미래에셋의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2.85%로,전체 운용사 중 32위로 올랐다. 특히 미래에셋인디펜던스는 1조원 이상 규모 펀드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구 사장은 지난해 초 반토막났던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를 이 같은 방식으로 챙겨 70%의 수익을 내도록 돌려놨다. 인사이트펀드의 투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홍콩에 투자하는 펀드의 평균 성과가 지난해 54%였던 점을 감안하면 월등히 높은 성과다.

서정환/김재후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