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금융소득 4000만원 이하인 개인은 분리과세하도록 돼 있는 현행 소득세법이 오히려 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22일 지적했다. 감사원은 현행 분리과세 제도가 소득 계층 간 과세 형평성을 저해한다며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금융소득 4000만원 이하 개인들도 종합과세를 선택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12일부터 11월4일까지 기획재정부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정 신뢰도 개선실태' 감사 결과를 이같이 발표했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이자 · 배당소득 4000만원 이하는 원천징수에 의한 분리과세를 하고 4000만원 초과는 종합과세를 하도록 돼 있다. 고소득층에 종합과세 누진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더 부과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이 2008년 금융소득 300만~4000만원 이하인 납세자 131만여명을 대상으로 분리과세와 종합과세의 세금 부담을 비교한 결과 91만여명(평균 종합소득 1230만원)은 종합과세를 할 때보다도 모두 합해 5700억원을 더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평균 종합소득이 7860만원인 40여만명은 3500억원을 덜 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저소득층일수록 종합과세가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는 분리과세 세율은 일률적으로 14% 이지만 종합과세는 소득에 따라 6~33%의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자소득만 360만원인 배우자가 있는 납세자는 종합과세할 경우 기본공제 등을 적용받아 세부담이 0원이지만,분리과세할 경우에는 기본공제 등이 적용되지 않아 50만4000원을 부담하게 된다.

감사원은 "금융소득 4000만원 이하는 납세자가 분리과세와 종합과세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타당한 데도 기획재정부는 분리과세하도록 일률적으로 정함으로써 저소득,특히 고령자의 세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등은 금융소득에 대해 종합과세 선택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금융소득 4000만원 초과자의 경우 종합과세를 기본으로 하지만 분리과세할 때보다 세금이 적으면 분리과세를 적용해 세금을 더 많이 내도록 하는 비교과세를 시행하고 있다"며 "현행 분리과세 제도가 계층 간 형평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금융소득 분리과세는 소득세법을 개정해야 하는 만큼 국회에서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여 실제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시행될지 여부는 두고봐야 한다.

장진모/정종태 기자 jang@hankyung.com